[데스크 칼럼] 국민빵집 성심당이 피해야할 길
KTX 대전역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들은 안다. 일부러 숨겨놓은 듯한 대전역 성심당 매장의 모호한 위치 말이다. 열차 탑승층인 2층으로 올라가는 중간(1.5층)의 그 생소한 공간. 초행인 사람은 무조건 에스컬레이터를 한 번 이상 오르락내리락해야 도달할 수 있는 곳. 대전역 출발 기차를 놓친 사람들의 80%는 역내 성심당 매장을 찾아 헤매다가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는 과장이 아니다.

임대료 논란 휩싸인 대전역점

외진 구석 자리지만 매일 전국에서 몰린 방문객으로 북적이는 전국구 매장이다. 젊은 층 사이에선 대전역 환승 빵투어가 유행할 정도다. 300㎡(약 91평) 넓이의 이 매장에선 매달 26억원어치의 빵이 팔린다. 시그니처 메뉴인 튀김소보로(개당 1700원) 기준으로 월 153만 개가 판매되는 셈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성심당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로쏘의 지난해 매출은 1243억원, 영업이익은 315억원을 기록했다. 전국 3500여 개의 가맹점을 둔 빵집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의 영업이익(199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대전역 매장을 포함해 대전 시내에 있는 단 4개 매장에서 거둔 실적이다.

대전역 성심당 매장이 최근 임대료 논란에 휩싸였다. 무슨 일일까. 전국 기차역 내 상업시설을 관리하는 코레일유통은 지난달로 5년 임대 계약이 끝난 이 매장을 경쟁입찰에 붙이면서 계약 갱신(월 임대료) 조건으로 월평균 매출(26억원)의 17%인 4억4100만원을 제시했다. 월 1억원 수준이었던 기존 임대료보다 네 배 높은 금액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유통은 “대전역을 비롯해 다른 역에 입점한 모든 업체도 최저 수수료율로 월 매출의 17%를 적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매체는 물론이고 각종 미디어에서 ‘대전역 퇴출 위기 몰린 성심당’이란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고, 기사마다 임대료를 올린 코레일유통을 악덕 기업으로 몰아세우는 비판 댓글이 달렸다.

특혜성 지원 멀리해야

코레일유통의 임대료 인상 요구에 성심당 측은 “재료비와 인건비 상승을 감안할 때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성심당은 지금까지 네 차례 진행된 입찰에 빠짐없이 참여했다. 잇따른 유찰로 월 수수료(임대료)는 최저 하한선인 3억917만원까지 떨어졌다. 월 3억원의 임대료를 감수하며 성심당 자리를 꿰찰 배포 큰 업체가 나타나지 않는 한 결국 성심당이 그대로 대전역 매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해 창업 68주년을 맞은 성심당은 맛, 가성비, 로컬 스토리라는 3박자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지역 내 상징성이 큰 대전역의 후광 효과도 분명 무시 못할 요인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2016년 4월 대전역에 처음 입성한 뒤 2021년 4월까지 5년간은 코레일로부터 고정임대료(연간 2억원대 중반) 방식의 파격적인 예외 조건을 인정받아 성장 기틀을 닦았다. 국민빵집 반열에 오른 성심당이 경계해야 할 건 오히려 이 같은 특혜성 지원책이다. 코레일유통이 새로 제시한 17%의 최저 수수료율은 전국 기차역에 입점한 매장에 예외 없이 적용되는 동일 잣대다. 국민정서법에 기대 바꾸거나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