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개정판 발간…'세계무용사'도 41년 만에 재번역·발간
"과거춤 복원해 다시 추는 기분"…김매자 '한국무용사' 재발간
"예전에 제가 추었던 춤을 복원해 무대에서 다시 추는 기분입니다.

"
'한국 창작춤 대모'로 불리는 한국무용가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이 집필한 '한국 무용사'(커뮤니케이션북스)가 29년 만에 새롭게 출간된다.

'한국 무용사'는 김 이사장이 한국 무용사를 강의하면서 수집한 국내외 자료를 엮어 1995년 출간한 책이다.

김 이사장은 당시 모교인 이화여대 무용과에서 강의하던 중 학생들이 참고할만한 한국 무용사 관련 교재가 없는 현실을 개탄해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28일 서울 마포구 창무예술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로지 춤이 좋아서 오래오래 춤을 추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을 출간했다"며 "춤의 창조성을 획득하기 위해 춤의 근원과 역사를 규명하면서 내 춤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폈다"고 설명했다.

"과거춤 복원해 다시 추는 기분"…김매자 '한국무용사' 재발간
책에선 한국 춤의 기원부터 현대 한국 춤의 현황까지 한국 무용의 역사를 모두 망라했다.

시대별 사회적 배경과 함께 다양한 춤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각종 무보(춤 동작을 악보처럼 일정한 기호나 그림으로 기록한 것)를 실어 독자가 눈으로 춤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첫 출간 당시의 오류를 바로잡고 출간 이후 한국 무용의 새로운 정보를 넣었다.

또 부록에 한국 무용사 연표를 첨부해 근현대 한국 춤의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했다.

김 이사장은 "책이 모두 절판돼 이 책을 다시는 내 인생에서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개정판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과거춤 복원해 다시 추는 기분"…김매자 '한국무용사' 재발간
김 이사장이 1983년 번역 출간한 '세계 무용사'도 함께 개정판이 발간된다.

41년 만에 개정판을 내는 '세계 무용사'는 세계 무용계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책이다.

세계 여러 민족의 춤을 폭넓게 다뤄 인류학적 자료로도 가치를 인정받는 책이다.

'춤 인류학자'로 불리는 쿠르트 작스가 1933년 출간했고, 1983년 김 이사장이 번역 출간하면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김 이사장은 "해외 공연 중 서점에서 책을 접했는데 책 속에 한국 무용인 '검무' 사진이 들어가 있었다"면서 "그 사진 한 장에 이끌려서 책을 번역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판은 현행 어문규정 표기를 적용해 재구성했다.

한국 무용사와 세계 무용사를 모두 섭렵한 김 이사장은 우리 전통춤과 세계 각국의 전통춤의 뿌리가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춤의 근본적인 형태가 모두 땅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됐고,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화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아프리카 전통춤 공연을 관람하면서 우리 무속 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고 큰 감동을 한 적이 있다"면서 "우리도, 일본도, 세계 어느 민족도 땅을 딛고 춤을 추는 모습이 유사하다"고 말했다.

"과거춤 복원해 다시 추는 기분"…김매자 '한국무용사' 재발간
김 이사장은 한국 창작 춤의 새로운 원형을 제시한 춤꾼으로 평가받는다.

1976년 창작무용연구회(창무회)를 설립한 이후 한국적 전통에 근거하면서도 당시 시대성을 갖는 춤을 제시해왔다.

전통춤의 상징이던 버선을 벗고 맨발로 무대 위에 오르는 과감한 혁신을 시도해 주목받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