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없는 그린수소, 中 벌써 상용화…韓에 수출할 것"
‘중국 에너지 굴기’의 종착점은 ‘글로벌 수소 생태계 장악’이다. 현재 배터리 시장의 대세인 리튬이온전지로는 ‘전기 먹는 하마’로 통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 시스템,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에 필요한 전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튬이온전지보다 더 멀리, 더 오래 쓸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지난달 말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수소발전 기업 YWHC의 왕젠 대표(사진)는 “수소발전소를 시작으로 중국에선 ‘그린 수소’(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가 상용화 단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수소 분야에만 특화한 이 회사는 중국에서도 수소발전소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선두 기업이다. ‘왕건’이란 한국 이름을 명함에 새긴 그는 “한국에도 기술을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린 수소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전력원으로 만든 수소 연료를 말한다. 석유화학업체와 철강업체 등이 생성한 부생가스에 전기적 반응을 일으켜 수소로 만드는 그레이 수소,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블루 수소와 달리 그린 수소는 탄소배출이 제로에 가깝다. 탄소 제로를 지향하는 선진국들이 그린 수소 상용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탄소 없는 그린수소, 中 벌써 상용화…韓에 수출할 것"
왕 대표는 “현재 중국의 그린 수소 생산단가는 1㎏ 기준 1.5~1.6달러”라며 “미국의 4달러보다 훨씬 낮다”고 말했다. 한국은 아직 블루 수소조차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왕 대표는 “최근 2~3년 사이 그린 수소 생산 단가가 매년 30%씩 떨어지고 있다”며 “수소를 만들 때 이용하는 태양광·풍력 발전 생산단가가 그만큼 하락한 데다 수소산업 관련 공급망을 모두 중국에 갖추면서 효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소는 저장 용량이 커져도 새로운 소재나 부품을 쓸 필요 없이 탱크 크기만 늘리면 되기 때문에 저장 규모가 커질수록 생산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수소 생태계에서도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수소발전소가 많은 네이멍구 지역 등에서 t당 3000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외에도 각종 명목으로 보조금을 준다. 왕 대표는 “지방정부마다 업체에 ‘태양광+수소’ 단지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한다”며 “YWHC는 중국 전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80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했다.

상하이=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