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윤 네이버랩스 책임리더 / 사진=네이버랩스
백종윤 네이버랩스 책임리더 / 사진=네이버랩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 공급이 본격화하면서 특정 명령만 수행하던 기존 로봇은 레거시(구형) 단계로 진입했다. 한 가지 임무만 수행하는 로봇은 산업계 관심 유도에는 성공했지만 '공장 투입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에는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미 산업 현장은 다변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다양한 돌발적 문제도 능숙하게 해결할 휴머노이드를 원하고 있다.

이같은 수요에 대응하려면 로봇 전용 운영체제(OS) 개발이 필수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로봇의 영혼'으로 불리는 로봇 OS 개발에 앞다퉈 뛰어든 이유다. 향후 3년 내 전용 OS 표준을 마련하는 업체가 로봇 생태계를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에선 네이버랩스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OS 경쟁력 가진 국가가 미래 로봇 주도권 쥘 것"

백종윤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과 달리 로봇은 물리 공간에서 사람들과 직접 상호작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로봇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전문 OS가 필요하다"며 "로봇 OS 경쟁력을 가진 국가가 미래 로봇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간 로봇 산업에서는 하드웨어가 강조됐지만 앞으로는 단순 동작을 반복하는 로봇 이상이 되기 위해 인지능력과 이해능력이 탑재가 필수다. 하드웨어보다 로봇 OS가 중요해진 이유다. 네이버랩스가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국제기술전시회 LEAP 2024에서 처음 선보인 '아크마인드'는 네이버 자체 웹 플랫폼인 '웨일OS'를 기반으로 만든 로봇 OS다. 평범한 웹 개발자도 로봇 전용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HTML·CSS(코딩 언어 종류)를 통해 로봇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웹에서 쉽게 통합·확장할 수 있다.
네이버가 개발한 로봇OS 아크마인드를 적용한 로봇 '루키' /사진=네이버랩스
네이버가 개발한 로봇OS 아크마인드를 적용한 로봇 '루키' /사진=네이버랩스
백 책임리더는 "특정 OS에 종속되지 않고 웹에서 로봇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 아크마인드의 장점"이라며 "안드로이드나 iOS, 심지어 특정 자동차 제조사에 특화한 앱을 추가로 개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확장성과 편의성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를 들면 예약, 주문, 결제, 지도, 얼굴 인식 등 웹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조합해 로봇에 설치하면 기존의 배달 로봇이 얼굴 인식 결제와 같은 새로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처럼 무선 업데이트(OTA) 방식으로 서비스와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가능하다. 로봇 하드웨어와 응용 SW를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는 기능도 포함된다. 도난 당한 로봇의 데이터를 초기화하거나 서버에서 중앙처리장치(CPU) 온도 및 스토리지 용량을 제어하는 등의 작업도 가능하다.

아직 로봇에 특화된 범용 OS가 없는 데다 웹 기반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로봇 OS는 더 제한적이다. 백 책임리더는 "웹과 달리 로봇에는 하드웨어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 로봇 제조사들은 각 로봇마다 SW를 새로 개발해야 했다"며 "아크마인드는 로봇 인지, 로봇 동작 등의 상황에 특화된 웹 언어를 중심으로 개발 환경을 제공해 표준화를 지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의 'MSRDS'와 '인텔리전트 로보틱스', 구글의 '구글 클라우드 로보틱스', 메타의 '드로이드렛', 아마존의 '로보메이커' 등 빅테크 기업들은 로봇 SW 개발 도구를 제공하고 있지만 웹 플랫폼 만큼의 범용성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윈도우 혹은 리눅스 OS 기반에 머물러 범용성과 확장성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프트뱅크의 로봇 OS '나오키'는 독자 SW 생태계를 갖추고 자체 로봇 '페퍼'에 탑재됐지만 웹 플랫폼 기반이 아니다.
네이버랩스 엔지니어들이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 사진=네이버렙스
네이버랩스 엔지니어들이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 사진=네이버렙스

로봇 OS 힘 얻으려면 차세대 통신 중요

로봇 OS 개발이 중요한 이유는 미래 로봇 플랫폼 주도권을 쥘 수 있어서다. OS는 디바이스와 이용자를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기반인 동시에, 앱 등 다양한 서비스를 유통하는 역할을 한다. OS 주도권 확보는 시장 경쟁력 우위 선점에 영향을 준다. 애플이 하드웨어(아이폰·맥북), SW(iOS·맥OS), 콘텐츠(앱스토어)를 아우르는 자체 생태계를 공고히 하며 PC와 모바일 시장을 장악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한민국이 갤럭시 시리즈라는 걸출한 스마트폰을 만들어놓고도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자체 스마트폰 OS를 확보하지 못해서다.

로봇 OS 개발이 힘을 얻으려면 차세대 통신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백 책임리더는 "네이버 제2사옥인 '네이버1784'에 구축된 28㎓ 5세대(5G) 이동통신 특화망(이음5G)은 로봇 서비스에 최적화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1784 내 모든 로봇들은 클라우드 로봇의 두뇌 격인 '아크'라는 시스템과 이음5G로 연결돼 있다. 그는 "네이버1784를 통해 보여준 클라우드 등 차세대 통신 기반 로봇에 세계 각국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로봇 OS 분야는 성장성이 엄청나 빅테크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135억 달러 수준이던 로봇용 SW 시장은 2032년 8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틀라스나 옵티머스 등 로봇 종류와 관계 없이 아크마인드 탑재가 가능하다는 설명도 보탰다. 그는 "아크마인드나, 아크아이(위치인식), 아크브레인(로봇 관제 서비스) 등은 로봇의 형태나 종류와 상관없이 활용이 가능하도록 기술적으로 지향하고 있다"고 했다. 차세대 연구로는 도시 단위의 테스트베드 구축을 꼽았다. 백 책임리더는 "네이버 1784를 벗어나 외부의 대규모 캠퍼스 단위, 나아가 도시 단위로 로봇 생태계를 확장시키기 위해 로봇 OS 기술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며 "클라우드나 차세대 통신 기술 역량 강화도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했다.
휴머노이드에 '영혼' 불어넣는다…"OS가 미래 로봇 핵심" [강경주의 IT카페]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