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웅진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웅진
이수영 웅진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웅진
렌털과 교육 서비스, 서적 유통, 식품 등의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웅진그룹이 정보기술(IT)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룹 정체성을 'IT'로 바꾸라"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특명을 받은 이수영 웅진 대표는 취임 5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고 있다. 렌털에 IT를 접목한 렌털서비스솔루션를 개발했고, 데이터 기반의 모빌리티솔루션으로 자동차 렌털과 딜러 시장에도 진출해 BMW 등의 대형 고객사도 유치했다.

7일 이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디지털전환(DX)을 도입해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겠다"며 "향후 3년 내 IT 부문에서만 매출 3000억 시대를 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외대 경제학과 출신인 이 대표는 LG전자, 액센츄어, LG CNS에서 경력을 쌓은 IT 솔루션 전문가로, 웅진에는 2018년에 합류했다.

웅진그룹 포트폴리오를 보면 지주사인 웅진을 비롯해 출판 및 교육서비스 계열사인 웅진씽크빅과 물류 계열사인 웅진북센, 운동 서비스 계열사인 웅진플레이도시, 화장품 사업 계열사인 웅진투투럽, 2차전지 계열사 웅진에너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IT 부문은 지주사 소속이다. 웅진은 지주부문과 IT 부문으로 나뉜다. 각자대표 체제에서 지주부문은 윤 회장의 차남인 윤새봄 대표가, IT 부문은 이 대표가 총괄한다.

웅진은 SAP 기반 ERP, 클라우드, 스마트공장, 스마트물류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중 핵심 비즈니스는 웅진그룹의 렌털 노하우에 IT를 접목한 기업용렌털관리솔루션(WRMS)이다. WRMS는 렌털 사업에서 발생하는 영업, 구매, 물류, 수납 등을 관리해주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IT 솔루션이다.

이 대표는 "가전, 자동차는 물론 헬스케어까지 렌털이 접목되지 않는 분야가 없다"며 "진입이 어려운 특수 시장인 렌털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웅진만이 WRMS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WRMS는 LG전자, 코웨이, SK네트웍스 등 국내 30여개 주요 렌털사를 모두 고객으로 두고 있다.

웅진은 기업용모빌리티솔루션(WDMS) 시장도 공략 중이다. 웅진과 모빌리티가 연관성이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자동차 시장에 형성된 구독과 렌털 서비스를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웅진은 WDMS를 앞세워 해외차 딜러와 대리점 중심으로 형성된 렌털 수요를 집중 공략했다. 그 결과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으로부터 수주에 성공했고, 일본 자동차 회사들과도 현재 수주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자동차 시장은 제품 R&D도 중요하지만 판매망 관리 등 사후 서비스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딜러를 통한 지속적인 관리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야 기존 고객을 묶어놓을 수 있고, 차기 제품을 개발할 때도 고객 목소리를 신제품에 반영할 수 있다"고 모빌리티솔루션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수영 웅진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웅진
이수영 웅진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웅진
이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웅진은 IT 부문에서 가파른 실적 상승세을 보이고 있다. 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41억원과 91억원을 기록했고, 2022년 1175억원, 121억원을 거두며 첫 매출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엔 1276억원과 131억원을, 올해는 1500억원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이 대표는 실적 이외에 더 큰 자산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상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은 그룹사 전산을 관리하면서 실적을 내기 때문에 내부거래 비중이 월등히 높지만 웅진 IT 부문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대외에서 발생한다"며 "렌털 이미지가 강했던 웅진을 IT 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해 외부 고객사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5년 내 웅진을 대표 상품을 IT에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근엔 ISO 27001 인증을 취득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ISO 27001 인증은 데이터보안 위험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인증이다. 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을 위해선 보안 인증이 필수여서다. 현재 SAP,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협업 및 기술교류를 하고 있다.

웅진은 국내보다 10배 가량 규모가 큰 미국 렌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CES)에도 매년 부스를 열고 있다. 이 대표는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눈으로 봐야 한다"며 "현장에서 1400여개가 넘는 기업을 만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DX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끝으로 '한국적 렌털 솔루션'으로 해외에서 인정받는 IT 회사가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미국을 비롯해 해외 렌털 시장을 공략한 다음 IT 계열사로의 독립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