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평의회, 조지아에 '언론통제법' 철회 촉구
유럽평의회가 21일(현지시간) 회원국인 조지아에 러시아식 언론·NGO 통제법으로 비판받는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유럽평의회 산하 헌법 자문기구인 베니스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긴급 성명에서 이 법안이 결사·표현의 자유, 사생활권, 차별금지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 러시아·헝가리·키르기스스탄에서 비판 여론을 억압하는 데 활용했던 법안과 많은 유사점이 있다면서 "입법 절차도 민주적 입법에 관한 유럽의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지아 여당인 '조지아의 꿈'은 내주 재표결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유락티브 등 외신이 전했다.

조지아의 꿈은 같은 날 오후 당사 브리핑에서 "베니스위원회가 전문적인 토론이 아닌 정치적으로 편향된 평가를 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평의회는 1949년 민주주의 증진, 인권·법치주의 보호를 목표로 설립된 유럽 인권 기구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을 포함한 46개 국가가 속해 있다.

조지아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평의회 회원국이다.

평의회 모든 회원국은 1950년 채택된 유럽인권협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으며 협약 위반 시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될 수 있다.

문제의 법안은 전체 예산 가운데 20% 이상을 외국에서 지원받는 언론과 NGO를 '외국 권력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관'으로 간주해 '외국 대리인'으로 의무 등록하게 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내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야당은 친러시아 정권이 2012년 러시아가 비슷한 법안을 제정해 반체제 인사를 탄압했던 것을 본떠 국내 민주인권세력을 탄압하려는 것이라고 반대해왔다.

최근 몇 주 동안 대규모 반대 시위도 이어졌다.

미국 등 일부 서방 국가는 조지아 법안 제정 시 제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EU는 조지아가 바라던 EU 가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지아 의회는 14일 여당 주도로 이 법안을 가결했고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이 법안 수정을 요청하는 형태로 거부권을 행사해 재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조지아의 꿈이 대통령의 수정 제안을 받아들일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조지아의 꿈은 재적 의원 150석의 과반인 90석을 차지해 재의결에서도 원안을 그대로 가결할 수 있다.

법안이 다시 통과되면 의회는 이를 사흘 내에 대통령에게 보내 서명·공포를 요청한다.

대통령이 5일 이내에 서명하지 않으면 법안은 국회의장에게 넘어가 서명을 받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