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담배회사인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가 국내에 액상형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를 출시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액상형 전자담배 과세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합성 니코틴의 유해성을 우선 검증한 다음 담배사업법을 바꿔 과세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담배업계와 시민단체들은 시행령을 바꿔도 과세할 수 있다며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BAT發 '합성니코틴 과세' 논란…업계 "시행령 바꿔 부과해야"
22일 정부에 따르면 현재 합성 니코틴을 원료로 한 담배를 판매할 때는 개별소비세와 담배소비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이 붙지 않는다. 이런 세금을 부과하려면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먼저 규정돼야 하는데, 현행법은 연초(煙草) 잎을 원료로 만든 제품만 담배로 취급한다. 합성 니코틴은 연초에서 추출한 원료가 아닌 만큼 담배로 보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합성 니코틴의 유해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뒤 이를 원료로 한 담배를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유해성 여부를 검증하고 법을 개정하는 과정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담배사업법을 국회에서 개정하지 않아도 세금을 일부 매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별소비세법과 지방세법은 담배사업법상 담배와 ‘유사한 것’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면 과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담배에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지방세법을 부과 근거로 삼고 있어 이 역시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합성 니코틴처럼 ‘규제 사각지대’를 틈타 판매되는 담배에 세금을 매길 수 있도록 만든 조문”이라며 “우선 시행령을 손봐서 세금이라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담배업계에선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여부를 따지는 게 불필요하다고 비판한다. 합성 니코틴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지지만, 천연 니코틴과 같은 분자식(C10H14N2)으로 구성돼 있다. 합성 니코틴도 천연 니코틴처럼 인체에 해로운 만큼 둘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합성 니코틴은 별다른 규제 없이 액상형 전자담배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에 수입된 합성 니코틴 용액은 2020년 56t에서 2022년 119t으로 2년 새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합성 니코틴 용액의 수입량이 200t에 육박할 것으로 본다. 보건복지부는 청소년들도 온라인으로 액상형 전자담배를 구입할 수 있다며 제품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다만 시행령을 개정해 과세를 실시하더라도 온라인 판매 금지, 경고그림 부착, 성분공개 의무 등 담배 관련 규제는 여전히 적용받지 않는다.

정부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을 바꿔 다른 담배와 동일하게 세금을 부과한다는 입장이다. 시행령이 규정한 ‘담배와 유사한 것’이란 개념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것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담뱃세 부과 논의가 자칫 ‘증세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는 점을 정부가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