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 옥산동 주민 A씨는 문을 닫는 동네 가게가 하나둘 늘어나는 것을 보며 서글픔을 느낀다. 1990년대 후반 조성된 아파트 밀집촌인 이곳은 경산의 번화가로 꼽혔다. 그중에서도 요지인 네거리 모퉁이 약 260㎡ 상가는 대형 정육점이 폐업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근 초등학교 옆에서 30년간 영업한 문구점도 폐업을 앞두고 ‘재고정리 6월 3일까지’라는 문구를 써 붙였다. A씨는 “코로나19 위기 때도 버티던 소상공인들이 최근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며 “서민경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경상북도가 고금리 고물가와 소비 부진으로 한계에 내몰린 소상공인 구하기에 나섰다. 도는 21일 저금리 대환보증을 확대하는 등 소상공인 체질 강화를 위한 8대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북의 노란우산공제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는 작년 4614건, 액수로는 525억원이었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2973건, 266억원보다 건수는 약 1.5배, 금액은 2배가량 증가했다. 소상공인이 경북신용보증재단의 보증으로 금융권의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보증순사고액은 2021년 470억원에서 작년 1503억원으로 3.2배 증가했다. 사고율은 전국 도 가운데 최고다.도는 소상공인 점포의 영세성 극복에 정책 초점을 맞췄다. 연매출 1억원이 넘는 ‘억대 매출’ 소상공인을 현재 5만1000곳에서 2030년 7만4000곳으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도내 소상공인 사업체는 36만7000개로 경북 전체 기업의 96%를 차지한다. 이 중 62%가 매출 1억원 미만이다.소상공인 출산 시 대체 인건비 1200만원을 전국 최초로 지원해 폐업을 막기로 했다. 대학과 함께 소상공인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 유입된 청년 창업가와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로컬브랜딩 사업도 추진한다.경상북도는 영세 소상공인의 보증사고액이 증가하는 점을 감안해 지난해 2월부터 시행한 저금리 대환보증도 확대하기로 했다. 소상공인이 내는 이자 연 2%를 지원하는 것에 더해 연 2%를 추가 지원해 이자 부담을 더 줄여준다. 산재보험료(전국 최초)와 고용보험료 지원을 확대하고, 고령으로 온라인 판매에 익숙지 못한 영세 소상공인에겐 대학생을 투입해 온라인 판매를 돕는다. 대학생에게는 학점 인정과 더불어 창업 현장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전용 앱도 구축했다.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부산지역 스타트업이 일본 도쿄에서 열린 창업 관련 행사에 참가해 해외 진출 가능성을 열었다. 부산에서 매년 열리는 아시아 창업 엑스포 ‘플라이 아시아’의 해외 연계 사업이 성과를 거두는 단계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부산시는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열린 ‘2024 스시테크 도쿄’에 부산 지역 스타트업 네 곳과 공동으로 참여했다고 21일 밝혔다. 스시테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관련 콘퍼런스다. 부산시는 지역 스타트업인 히어로웍스, 마리나체인, 더페이스, 엘렉트와 함께 참석했다.부산시는 이 기간에 스타트업 네 곳이 104건의 바이어 상담과 38건의 투자 상담을 했다고 설명했다. 마리나체인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해양 관련 웹 플랫폼을 개발하는 업체다. 해운 강국인 네덜란드의 한 기업과 현장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마리나체인은 AI 기술로 선박의 탄소 배출량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국제해사기구(IMO) 등 규제기관의 탄소 배출량 충족 기준을 검증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일본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세 곳은 전기 굴착기 기술을 보유한 엘렉트에 대한 투자 검토에 들어갔다. 엘렉트는 전기 굴착기용 배터리팩과 통합 제어 솔루션을 개발한 업체다.부산의 액세서리 제조 기업 슬래시비슬래시도 이번 행사에 개별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내 자회사 설립을 구체화하고, 현지 VC와 투자를 협의 중이다. 지난해 스시테크에 참가한 슬래시비슬래시는 현지 온·오프라인 판매망 구축 1년 만에 매출 20억원 이상을 달성했다.부산시는 아시아 창업엑스포 ‘플라이 아시아’의 후속 사업인 ‘글로벌 교류 및 투자유치 지원’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지역 스타트업들과 스시테크에 참가했다. 행사 기간 열린 ‘시티 피치’ 발표 도시로 참가해 부산의 ‘플라이 아시아’를 소개하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베트남의 ‘스타트업 휠’과 ‘싱가포르 스위치’ 등 아시아 스타트업 행사 참가도 준비 중이다. 김성조 부산시 금융창업정책관은 “아시아 창업 생태계의 주요 도시들과 교류망을 구축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현대자동차가 울산시 역점 추진 사업인 ‘꿀잼도시’ 프로젝트를 돕는 차원에서 삭막한 울산공장 인근에 문화·예술 관련 디자인을 입히기로 했다.현대차는 21일 울산시, 울산상공회의소와 ‘현대차 산업경관 개선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오는 9월까지 사업비 120억원을 들여 울산공장 주변지역 경관 개선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공장 주변 경관 개선 계획을 세워 조만간 공사를 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행정 지원을 하고, 울산상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다른 기업을 찾기로 했다. 우선 울산공장 해안문, 명촌문, 정문, 4공장 정문 등 출입문 네 곳에 폭 20m·높이 21m의 대형 LED(발광다이오드) 미디어 전광판을 설치할 계획이다. 시민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현대차만의 볼거리를 내보내기로 했다.공장 담장도 현대적인 도시 디자인을 적용한 야간 경관 아트월로 바꿀 예정이다. 출고센터 정문 인근 담장은 식물형 담장으로 조성한다. 작년 10월 완공된 현대차 울산 물류센터 외관에도 아트 디자인을 입히기로 했다.울산시는 현대차 공장이 있는 아산로 일대를 ‘옥외광고물 등 특정 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행정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삭막한 회색 산업공단 지역이 미디어와 예술을 가미한 문화거리로 바뀐다면 울산의 대표적인 예술 경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참여 기업의 경관 개선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