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망법' 강행 처리한다는 거대 야당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법, ‘농망법’입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가격 안정법(농안법) 개정안 얘기가 나오자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이 폭락하거나 폭락이 우려될 때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농안법 개정안은 양곡 과일 채소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기준 미만으로 하락하면 정부가 그 차액을 생산자에게 지급하는 ‘가격 보장제’가 핵심이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송 장관은 “법이 시행되는 상황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얼핏 봐서는 농민을 위한 ‘착한 법’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송 장관은 강조했다. 정부가 남는 쌀은 무조건 사주고, 가격까지 보장해주면 자연스레 쌀농사를 지으려는 농민이 많아진다. 논농사는 기계화율이 99.3%에 이를 정도로 영농 편의성이 좋다. 쌀 공급이 빠르게 늘어나면 쌀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은 24년째 ‘쌀 공급 과잉’ 상태다. 작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56.4㎏)은 1990년의 반 토막 수준까지 떨어졌다. 쌀뿐만 아니라 가격 보장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과일, 채소 등으로 생산이 쏠리면 농산물 전반의 수급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이 경우 가격 불안정성은 더 심해진다.

정책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도 문제다. 농식품부는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쌀 매입비와 보관비로 소요되는 금액만 연 3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5대 채소류에 대해 가격보장제를 시행하면 연평균 1조2000억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가격 보장 품목을 정하는 과정에서 보장 품목이 늘어나면 소요 예산은 더 불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청년 농업인, 스마트 농업 육성 등 농촌의 미래를 위한 투자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송 장관이 이들 법안을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농민단체도 공개적으로 줄줄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대한한돈협회, 한국과수농협연합회 등 총 47개 단체가 반대 성명을 냈다. 정부는 법안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송 장관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야당은 거부권 횟수가 늘어났다고 비판할 것이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성과로 내세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대 야당은 지금이라도 농민의 미래보다 정쟁을 우선한다는 비판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