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슬람' 에르도안, 지방선거 패배 후 통합 행보
튀르키예, 1997년 '세속주의 쿠데타' 군부세력 사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1997년 쿠데타로 친이슬람 정권을 무너뜨린 군부 관계자들을 사면했다고 현지 일간 데일리사바흐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롤 외즈카스낙, 일드름 튀르케르, 페브지 튀르케리, 체틴 도안 등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장성들을 포함해 쿠데타의 주역이었던 총 14명이 앙카라 등지의 교도소에서 각각 출소했다.

일마즈 툰츠 튀르키예 법무부 장관은 이들이 질병과 고령으로 인해 석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슬람계가 주요 지지층인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번 사면 결정은 물가 고공행진 등으로 이탈한 민심을 다잡기 위한 일종의 통합 행보로 해석된다.

튀르키예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외즈귀르 외젤 대표는 지난 2일 집권 정의개발당(AKP) 당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예방하며 이들 쿠데타 관련자의 사면을 건의했다.

CHP는 지난 3월 치러진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가장 높은 전국 득표율(37.76%)을 기록하며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 부르사, 안탈리아 등 5대 대도시 자치단체장 자리를 싹쓸이하는 등 대승을 거뒀다.

1996년 복지당을 이끌던 네즈메틴 에르바칸은 중도우파 정당과 연립정부를 수립해 튀르키예 총리에 오른 뒤 이슬람 기반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러자 군부는 에르바칸 정부가 튀르키예의 세속주의와 친서방 전통을 위협한다는 판단 아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을 통해 에르바칸 총리의 사임을 압박했고 결국 에르바칸은 1997년 스스로 물러났다.

다만 군부가 탱크와 같은 무력을 동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 움직임에 대해 '포스트모던 쿠데타'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에르바칸의 정치적 유산을 일부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받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2년 총리로 처음 집권한 이후 공공기관 히잡 착용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등 친이슬람 정책을 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