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차세대 배터리에서도 ‘글로벌 넘버원’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선 전고체 배터리로, 중저가 시장에선 나트륨이온배터리로 ‘배터리 굴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지난 2월 전고체 배터리 산학연 협동 혁신 플랫폼(CASIP)을 설립했다. 전고체 배터리 공급망 구축과 기술 개발을 위해서다. CATL, 비야디(BYD), CALB, 이브(EVE)에너지, 니오 등 배터리·전기차 회사는 물론 200명이 넘는 정부·학계 관계자도 참여한 대규모 조직이다. 산업정보기술부, 과학기술부, 국가에너지원, 중국과학원 등 유관부서가 총출동했다. 이들 회사는 서로 소송전을 벌일 정도로 치열하게 싸우지만, 기술 개발에선 한몸처럼 움직인다.

이들을 뭉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인은 ‘자칫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한국에 내줄 수도 있다’는 우려다. 어우양밍가오 칭화대 교수는 CASIP 창립식에서 “전고체 기술의 등장이 현재 중국의 배터리산업 우위를 뒤집을 수 있다”며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생산에 들어간 뒤 2030년부터 양산체제를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은 리튬·인산철(LFP)보다 생산 단가가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트륨이온배터리 개발에도 전력을 쏟고 있다. 매장량이 리튬보다 1000배 많은 나트륨을 쓰는 만큼 원료 조달이 쉬운 게 장점이다. CATL과 BYD는 상용화를 앞둘 정도로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처음 나트륨이온배터리 기술을 선보인 CATL은 에너지 밀도를 대폭 끌어올린 2세대 나트륨이온배터리 개발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나트륨이온배터리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시장을 장악한 LFP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전·우한=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