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바에서 캐나다 록가수 닐 영의 1989년 곡 ‘자유로운 세상에서 로큰롤(Rockin’ in the free World)’을 부르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확고한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의 강점은 동맹국과의 디지털 연대에서 비롯된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사진)은 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보안박람회 ‘RSA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은 개방적이면서도 안전한 기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세계 여러 국가와 공유하며 함께 발전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도 ‘선한 기술’로 국제화·제도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이날부터 나흘 일정으로 열리는 RSA 콘퍼런스에는 세계 130개국에서 4만 명 이상의 참관객이 몰렸다. 올해 주제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AI로 인해 각국 정부와 기업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더 빈번해지는 가운데 AI가 보안 플랫폼의 성능과 효율을 한 차원 더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블링컨 장관은 “오늘날의 기술 혁명은 지정학적 라이벌과의 경쟁이 핵심”이라며 중국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그들은 디지털 기술과 유전자 데이터 수집을 이용해 자국민을 감시하고 인권을 억압한다”며 “지배력과 공급망을 무력화하는 데 AI 도구를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술, 자원 부문의 탈(脫)중국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소개했다. 블링컨 장관은 “니켈 리튬 코발트 등 주요 광물 공급망을 강화하고 다각화하고 있다”며 “미국이 개발한 기술이 악의적 행위자의 손에 넘어가 전략적 경쟁국의 군사력 증강을 돕는 데 악용되지 않도록 첨단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등의 조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반도체의 자국 생산 비중을 높이겠다는 목표도 재확인했다. 그는 “반도체는 미국의 발명품이지만 글로벌 생산 비중은 10% 정도”라며 “높은 해외 의존도는 심각한 경제 및 국가 안보 문제를 초래하는 만큼 530억달러 규모의 강력한 지원책을 통해 반도체 제조 강국 입지를 되찾겠다”고 말했다.샌프란시스코=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미국이 가자지구의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직접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거부권을 행사해 온 미국이 입장을 선회하며 이스라엘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21일 미 국무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중동 순방에 나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하다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인질 석방과 맞물려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며 “이는 매우 강력한 메시지로, 각국의 지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우방국인)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여전히 지지하지만,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는 민간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우선순위”라고 부연했다.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뒤 안보리 차원의 휴전 요구 결의안은 미국의 반대로 세 차례 부결됐다. 미국은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존중하는 동시에 이집트 카이로, 프랑스 파리, 카타르 도하 등에서 여러 차례 진행된 휴전 협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이번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하지 않아야 하며, 10개 비상임 이사국을 포함한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이날 블링컨 장관은 휴전 협상과 관련해 “의견 차가 좁혀지고 있고, 합의에 도달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며 낙관론을 드러냈다. 그는 “매우 강력한 제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는데 하마스가 이를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며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낼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AFP통신에 따르면 개전과 동시에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 약 250명 중 130명가량이 고립돼 있다. 이 중 33명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은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240만 명가량이 아사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RWA) 집행위원장은 “군사적 포위와 기아, 질병은 조만간 가자지구의 최대 살인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