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가자지구의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직접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거부권을 행사해 온 미국이 입장을 선회하며 이스라엘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미 국무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중동 순방에 나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하다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인질 석방과 맞물려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며 “이는 매우 강력한 메시지로, 각국의 지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우방국인)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여전히 지지하지만,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는 민간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우선순위”라고 부연했다.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뒤 안보리 차원의 휴전 요구 결의안은 미국의 반대로 세 차례 부결됐다. 미국은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존중하는 동시에 이집트 카이로, 프랑스 파리, 카타르 도하 등에서 여러 차례 진행된 휴전 협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하지 않아야 하며, 10개 비상임 이사국을 포함한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이날 블링컨 장관은 휴전 협상과 관련해 “의견 차가 좁혀지고 있고, 합의에 도달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며 낙관론을 드러냈다. 그는 “매우 강력한 제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는데 하마스가 이를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며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낼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개전과 동시에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 약 250명 중 130명가량이 고립돼 있다. 이 중 33명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은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240만 명가량이 아사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RWA) 집행위원장은 “군사적 포위와 기아, 질병은 조만간 가자지구의 최대 살인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