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통신, 푸틴 인터뷰… 인민망 "이미 22번이나 중국 방문"
글로벌타임스, 양국 전문가 분석 토대로 강한 기대감 표시
푸틴 찾는 하얼빈공업대, 美 제재 대상…중러 대미 공동대응 강화 메시지
中매체, 푸틴 방중 '띄우기'…"양국관계 최상·전략적 유대강화"
중국 관영 매체들이 16∼17일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15일 방중에 앞서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단독으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 기사와 함께 6천여 자에 달하는 인터뷰 전문을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가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하면서 시 주석을 '현명한 정치인(wise politician)'으로 칭하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양국 정상 간의 '브로맨스'도 과시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방중 소식을 전하면서 "그는 양자 회담과 국제회의 참석 등을 포함해 중국을 이미 22차례나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푸틴의 중국 국빈 방문이 양국간 전략적 유대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의 방문이 갖는 의미를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뒤 첫 국빈 방문 대상으로 중국을 선택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이는 모스크바가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서방의 압력으로 '동방으로 돌아서겠다'는 러시아의 결심이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장한후이 주러 중국대사는 최근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양국 정상의 전략적 지도 아래 중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시대를 위한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현재 역사상 최고의 시기에 있다"고 밝혔다.

추이헝 화둥사범대 러시아연구센터 연구원은 "양국 간 전략적 유대가 국제무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세계는 양국 정상회담에 주목해 중러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진 중국사회과학원 러시아·동유럽·중앙아시아연구소 부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동안 베이징 외곽 지역도 방문할 수 있다"며 "이는 중국과 협력하는 데 있어 러시아의 구체적인 이해관계가 어디에 있는지 지켜보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기간 베이징 외에 헤이룽장성 하얼빈시를 찾아 제8회 러시아-중국 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하고 하얼빈공업대학(HIT)에서 교사·학생과 만날 예정이다.

하얼빈공업대는 미국의 제재 대상 리스트에 포함된 중국 대학이어서, 그의 방문은 미국의 제재에 맞서 중러 간 공동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정치적 함의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관측통들은 "지난 2년간 미국이 부과한 제재가 중국, 러시아 간의 정상적인 경제 및 무역 관계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장벽을 추가했기 때문에 다음 단계에서 양측은 문제를 풀기 위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푸틴의 이번 방중으로 양국간 분야별 협력이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많은 전문가들이 "양국이 상호 의존적이고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항공우주, 화학 공학, 교육, 교통, 인프라 건설, 농업 및 미디어 등 많은 분야에서 협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렉세이 마슬로프 모스크바 국립대 아시아·아프리카연구소 소장은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과는 상호 신뢰를 갖지 못했지만, 중국과는 상호 신뢰가 있다"며 "양국은 금융, 은행, 과학기술 및 투자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양국이 다극화된 세계 질서를 촉진하기 위한 공감대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서방 주도의 국제질서에 공동 대응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철학자이자 정치 분석가인 알렉산드르 두긴은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다극 세계의 두 기둥"이라며 "두 기둥 간의 협력과 소통은 전 세계 많은 국가들도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다극 국제 질서 건설에 참여하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는 10월 말 러시아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정상회의와 중국이 순환의장국을 맡고 있는 상하이협력기구(SCO) 등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협력을 공동으로 강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리하이둥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등 현안에서도 양측이 입장을 조율해 정의를 대변하고 남반구와 함께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