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읽는 법, 20여년 만에 바뀐다…하반기 초안 공개
금융감독당국이 2027년 도입이 예정된 새 국제회계기준 IFRS18을 놓고 기업과 투자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활용된 영업손익 등의 개념이 바뀔 예정이라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4일 IFRS18 관련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유관기관과 함께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업·투자자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회의를 주재한 이윤수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IFRS 18은 20여년만에 재무제표 기본구조가 바뀔 수 있는 기준"이라며 "기업과 투자자를 대상으로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시장의 우려사항과 도입시 안내 필요사항 등을 파악하고자 간담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IFRS18 기준서를 지난달 9일 확정발표했다. 손익계산서 내에 범주별 중간합계를 신설하고, 영업손익은 투자손익과 재무손익을 제외한 모든 잔여손익으로 규정하는 게 특징이다. 이는 180여 개국이 쓰는 기존 IFRS에는 없던 개념이다.

문제는 한국에선 IFRS 도입 이전 K-GAAP 시기부터도 영업손익을 의무화해 쓰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국내 기업은 매출에서 매출원가, 판매비와 관리비 등을 차감해 영업손익을 표시해왔다. 따라서 IFRS 18이 도입될 경우 그간 영업손익을 엄격히 규정해 오고 있던 우리나라의 재무제표 표시 방식이 바뀔 전망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협회와 민간전문가들은 IFRS18에 따른 영업이익에 대한 각종 의견을 내놨다. 일단 기업측에선 영업손익을 잔여범주로 정의하면서 일시적·비경상적 항목이 상당수 포함되는 만큼 이익의 지속성·예측성이 떨어져 진정한 영업성과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지 의문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투자자 일각에서 영업범주가 잔여개념으로 정의되면서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에서 불필요한 잡음을 제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우려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기타손익 항목이 영업손익 항목으로 포함될 경우 각종 손상차손 추정 등에 있어 기업의 보수적 회계처리 유인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존 영업손익 개념이 바뀔 경우 시계열 정보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업손익을 이미 표시하고 있던 한국적 특수성이 감안될 수 있도록 IFRS 18을 일부 수정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날 한국회계기준원이 공개한 IFRS18 관련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65.4%가 정보유용성 측면에서 기존 영업손익 개념이 IFRS18의 개념보다 더 낫다고 답했다. 기업과 학계 인사 127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다.

회계기준원은 "IFRS18을 반영할 경우 영업이익과 주가간 관련성과 미래 현금흐름 예측력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의 지속성과 비교가능성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IFRS 도입 효과를 유지하되 기존 영업손익 개념을 추가 표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감사인 직권 지정, 금융투자업 인가 등 금융 규제에도 기업의 주된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지속적·경상적 손익 측면을 고려하기 위해 ‘영업손익’을 활용하고 있다"며 "IFRS 18 도입에 따른 영향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는 최근 5년 연속 영업손실이 난 경우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된다. 외부감사법에 따르면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이 난 기업은 증선위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을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부동산투자회사 상장심사요건이 영업이익 25억원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영업손익 개념이 바뀌면 이들 규정도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윤수 증선위원은 "IFRS 18 시행시기인 2027년 이전까지 금일 제기된 의견 등을 바탕으로 국내 사정에 맞는 합리적인 도입방안을 준비하겠다"며 "올 하반기 중 IFRS 18에 따른 K-IFRS 제1118호 초안을 마련한 후 관계기관, 기업 및 전문가로부터 충분히 의견수렴을 하고, 세미나·간담회 등을 수차례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