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군 재원 효율화 나설듯…쇼이구 좌천·영전 평가 엇갈려
경제통에 국방장관 맡긴 푸틴…전시경제·부패척결 예고(종합)
5기 임기를 시작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내각 구성에서 최대 관심사는 12년간 자리를 지킨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교체 여부였다.

우크라이나 상황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유임될 것이라는 예측이 대체적이었으나 푸틴 대통령은 뜻밖에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푸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국방장관으로 추천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65)가 군 복무 경험이 없는 경제학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선은 큰 관심을 끌었다.

그는 경제학자 집안 출신으로 1981년 모스크바 국립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러시아는 징병제에 따라 18∼30세 남성은 의무로 1년간 군대에서 복무해야 하지만 벨로우소프는 학업을 이유로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

2006년 경제개발부 차관과 2012년 경제개발부 장관에 오르고 2013∼2020년에는 푸틴 대통령의 경제 담당 보좌관을 지냈다.

2020년에는 제1부총리에 올랐고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가 코로나19 감염으로 공석일 때 대행을 맡았다.

또 푸틴 대통령처럼 러시아 정교회와 가깝고 무술을 연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달 "올 초반 거시경제 지표들이 전망치보다 높게 나왔다"며 서방 제재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장을 이끈 경제 분야 관료들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서방의 제재를 헤쳐온 벨로우소프의 능력을 인정한 셈이다.

경제통에 국방장관 맡긴 푸틴…전시경제·부패척결 예고(종합)
이는 최근 국방부가 뇌물 스캔들로 신뢰를 잃은 것과 대조된다.

러시아 정치학자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13일 텔레그램에서 "벨로우소프의 첫 번째 임무는 부정부패 척결이고, 두 번째 임무는 되도록 빨리 러시아군의 혁신과 발전을 이끄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역시 "오늘날 전장에서는 혁신에 더 개방적인 사람이 승리한다"며 벨로우소프가 국방장관으로 발탁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현재 안보 분야 지출 비중이 옛 소련 시절만큼 높아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러시아 매체 RBC는 벨로우소프가 지인들 사이에서 "국익을 위해 결정하는 공무원으로 명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벨로우소프는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는 국방부를 감시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에 대한 크렘린궁의 장악력이 더 커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벨로우소프는 국방 재원 효율성을 높이고 전장에 현대식 무기와 군사 장비 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지난 1월 국책사업을 설명하면서 무인항공기를 유망한 산업 분야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유임된 만큼 벨로우소프는 전투 등 군 작전 분야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군사전문가 안드레이 코시킨은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우크라이나 분쟁은 경제 최적화 등 군사 경제를 국가 경제를 편입하는 방식으로만 승리할 수 있다"며 "군산복합체 기업에 투자되는 자금은 경제 체제에서 적절하게 작동해야 하므로 벨로우소프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202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개각이 이뤄졌다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의 대립이 장기화하고 더욱 심해질 것에 대비해 전시경제를 준비하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통에 국방장관 맡긴 푸틴…전시경제·부패척결 예고(종합)
푸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쇼이구 전 국방장관이 안보 분야 수장 중 유일하게 교체된데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러시아에서도 쇼이구 전 장관이 '경질'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는 특별군사작전 초기에 우크라이나를 빠르게 패배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새로 보임한 국가안보회의 서기로서 쇼이구 전 장관이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쇼이구 전 장관의 위상이 오히려 더 높아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마르코프는 텔레그램에서 그가 12년간 몸담았던 국방부를 떠난 뒤 국방부에 대한 부패 척결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며 "쇼이구는 처벌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전임 국가안보회의 서기인 니콜리아 파트루셰프가 푸틴 대통령을 이어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학자 알렉세이 마카르킨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에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대통령과 직접 접촉하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쇼이구 전 장관이 최근 대통령 직속 조직으로 개편된 연방군사기술협력청(FSVTS)을 총괄하고 군사산업위원회 부의장도 함께 맡을 예정이다.

군사산업위원회는 푸틴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으며 부의장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