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2주 앞둔 오는 23일 격돌
伊 총리-제1야당 대표 사상 첫 TV 토론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두 여성 지도자가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1대1 TV 토론에서 대결한다.

집권 여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을 이끄는 조르자 멜로니(47) 총리와 제1야당인 민주당(PD)의 엘리 슐라인(39) 대표가 오는 23일 TV 토론을 한다고 국영방송 라이(Rai)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현직 총리와 야당 대표 간의 TV 토론은 사상 처음이다.

유럽의회 선거(6월 6∼9일)를 2주 앞두고 열리는 이번 TV 토론에서 여야의 두 지도자는 고용률과 사업장 안전대책, 의료 시스템 문제, 이주민 등 주요 정책 분야에 대해 불꽃 튀는 공방을 펼칠 예정이다.

멜로니 총리는 이번 TV 토론을 유럽의회 선거에서 '우파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유럽의회 선거 공식 출마를 선언할 정도로 이번 선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겸직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당의 얼굴'로 나서 FdI 득표율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자신에게 돌아오는 유럽의원 몫을 다른 후보에게 넘기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반면 슐라인 대표는 이번 TV 토론에서 멜로니 총리가 추진 중인 총리 직선제 개헌의 문제점과 위험성을 공박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의 고질적인 문제인 정치 불안정을 해결하려면 총리 직선제 개헌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슐라인 대표는 실패할 것이 뻔하고 위험한 개혁이라고 비판해왔다.

2022년 10월 집권한 멜로니는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다.

슐라인이 지난해 3월 PD의 첫 여성 대표로 선출되면서 여성 정치 지도자 간의 전례 없는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각각 우파와 좌파를 대표하는 이들은 여성이라는 점을 제외하곤 출신 환경과 정치 성향, 주요 정책까지 극단적으로 다르다.

멜로니 총리가 노동자 계층 거주지에서 홀로된 어머니와 함께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데 반해 슐라인 대표는 스위스의 중산층 학자 집안에서 자라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멜로니 총리는 10대 때부터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반이민이나 반동성애, 반유럽통합 등 극우적 정치 성향을 보였다.

반면 슐라인 대표는 양성애자에 성평등을 지향하는 페미니스트이고 친유럽 성향이다.

최근 전국 여론조사에서 멜로니의 FdI는 27%의 지지율로 1위를 달렸다.

슐라인 대표의 제1야당 PD는 20%로 그 뒤를 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