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찰청, 채상병 순직 299일 만에 '피의자'로 소환 조사
점심 휴식시간 외출 없이 강도 높은 수사 응해, 오후 늦게까지 수사 계속 전망
임성근 "수중수색 지시 안 했다"…도시락 점심후 계속 조사받아(종합)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당시 지휘부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약 7시간 가까이 소환 조사하며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13일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직접 대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경북 예천군 수해 실종자 수색 현장에서 부하인 해병대원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는 등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내성천에 투입해 채상병을 순직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경찰의 대면 수사는 지난해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 투입됐던 채상병이 순직한 지 299일, 9개월 29일 만이다.

그에 대한 수사는 지난해 8월 김경호 변호사의 고발에 따른 것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은 이날 오전 8시 50분께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 강·폭력 범죄 사무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군복 차림에 한손에는 서류 가방을 든 채였다.

그는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일부 유튜브, SNS, 일부 언론에서 심지어 제가 하지도 않은 수중 수색 지시를 제가 했다고 10개월째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것들이 낱낱이 밝혀질 수 있도록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임성근 "수중수색 지시 안 했다"…도시락 점심후 계속 조사받아(종합)
그는 "작전 임무 수행 중에 안타깝게 순직한 채 해병의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분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깊이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한 부대의 당시 지휘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그간 검증되지 않은 각종 허위 사실과 주장이 난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준비한 말을 다 마친 그는 취재진 질문에 단 한마디조차 답하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는 취재진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다시금 발걸음을 옮기며 곧장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 사무실로 들어갔다.

오전 조사 착수 이후 경찰은 임 전 사단장 측은 점심 식사를 도시락으로 대체했다.

이는 피의자인 임 전 사단장 측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통상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피의자들이 오전 11시 20∼40분 사이 점심시간을 시작해 적어도 오후 1시께까지 휴식을 취한 것과는 대비된다.

경찰 관계자는 "임 전 사단장 쪽에서 나가서 먹지 않겠다고 말해 도시락을 주문하게 됐다"며 "도시락은 총 8개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임성근 "수중수색 지시 안 했다"…도시락 점심후 계속 조사받아(종합)
임 전 사단장은 그간 취재진에게 '예천군 수해 실종자 수색'과 관련해 "(해병대) 여단장이 작전 통제권자인 육군 50사단장에게 건의하여 승인받아 결정했다"며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날 조사는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최 윗선 지휘부에 대한 첫 소환 조사인 만큼 일러도 오후 9시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늦어질 경우 다음날 새벽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도 경찰은 설명했다.

사건과 관련해 입건된 피의자 중 계급상 임 전 사단장과 가장 가까운 여단장은 조사 당일 오후 10시까지 조사를 받았으며, 다음 날 새벽까지 조사가 진행됐던 관계자들도 있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임 전 사단장은 이날 오전부터 오후 5시 현재 점심 식사 시간을 포함해 8시간째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그간 정리한 자료와 다른 피의자, 참고인들의 진술들을 토대로 임 전 사단장에 대한 혐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