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강은구 기자
사진=강은구 기자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활동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기금 돈으로 사들인 주식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할 때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에 의결권을 위탁하거나 중립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난달 18∼25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2022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 지분을 공시한 기업 156개 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7.1%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활동 전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13일 밝혔다.

응답 기업의 36.5%는 ‘국민연금의 영향력이나 요구사항에 비해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10.9%는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가 기업가치 제고나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9.7%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활동이 정부의 기업 경영 간섭이나 대기업 견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기업의 87.2%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식이 보다 중립적인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40.4%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에 의결권을 위탁해야 한다’는 의견을, 35.9%는 ‘국민연금이 찬반 의결권만 행사하고 그 외 주주권 행사 활동은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답변은 12.8%에 그쳤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 대기업이 중견·중소기업보다 더 큰 압박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총을 앞두고 가장 큰 압박을 주는 대상을 묻자 응답 기업 중 대기업은 국민연금(50%)을, 중견·중소기업은 소액주주연대(39%)를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현재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법·제도적으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며 “국민과 기업의 신뢰를 받는 공적기금의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투명한 지배구조와 의사결정의 전문성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