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등 반도체법 통해 110조원 지원…"중, 반도체 산업에 194조원 투입"
한국, 10조원 풀어 '반도체 프로그램'…설비투자, R&D 집중 지원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첨단 반도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천문학적 보조금과 지원안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EU·인도·일본 등이 반도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 과정에서 지금까지 투입을 확정한 보조금 규모가 807억 달러(약 110조원)에 가깝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중국 역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가운데, 한국도 최근 간접적인 재정 지원 방식으로 10조원 규모 지원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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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반도체법 통해 공급망 재편 시도…삼성전자에도 64억 달러
미국은 반도체 설비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반도체법을 제정하고 세계적인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으로 총 390억달러(약 53조원)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대출 및 대출 보증으로 750억 달러(약 102조원)를 추가 지원하고 최대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64억달러·약 8조7천억원)를 비롯해 인텔(85억달러·약 11조6천억원), TSMC(66억달러·약 9조원), 마이크론(61억달러·약 8조3천억원) 등에 328억 달러(약 44조9천억원)의 보조금을 발표한 상태다.

미국은 이를 통해 중국과의 경쟁에 맞서는 것은 물론 자국 내 반도체 산업 공급망을 강화하고 대만·한국 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반도체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구상이다.

백악관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경쟁하는 마이크론에 대한 지원책 발표 이후 "강력한 첨단 메모리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고 20년 만에 처음으로 첨단 메모리 제조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역시 지난해 역내 반도체 생산역량 증대를 위한 반도체법 시행에 들어갔다.

반도체법은 현재 약 10%인 EU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2배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제조 역량을 확대하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반도체법에 따르면 EU는 예산 33억 유로(약 4조8천억원)가 투입되는 이른바 '유럽 반도체 이니셔티브'를 통해 첨단기술의 산업화를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민간 자금 투자금까지 포함하면 총 430억 유로(약 63조5천억원)를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EU 집행위원회(EC)는 반도체 부문에 대한 민관 투자액 합계가 1천80억 달러(약 148조1천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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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반도체 산업에 194조원 투입 중" 추산
중국 정부가 구체적 보조금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 만큼 추정치는 다양하지만,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쏟아붓는 자금 규모는 미국을 한참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의 최근 추산에 따르면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 1천420억 달러(약 194조7천억원) 이상의 지출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또 중국 정부는 SMIC와 화웨이 등 주요 기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관장하기 위해 추가로 270억 달러(약 37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래 중국은 10∼30%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까지 높인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운 상태다.

비효율과 부패 논란 속에서도 60조원대에 달하는 거대한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일명 대기금)를 필두로 각 지방정부, 국유기업, 민간기업이 가세해 수백조 원을 쏟아붓는 집요한 노력이 이어졌다.

이러한 지원책 속에 중국에는 등기자본금 규모 610억 달러(약 83조6천억원) 이상인 반도체 기업 숫자가 200개를 넘어섰다.

'반도체 르네상스'를 꿈꾸는 일본은 2021년 6월 경제안보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으며, 이후 일본 정부는 253억 달러(약 34조7천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현에 위치한 TSMC 제1·2공장에 최대 1조2천억엔(약 10조5천억원)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도요타·NTT 등 자국 대기업들이 협력해 만든 라피더스에도 9천200억엔(약 8조1천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은 민관 부문을 합해 642억 달러(약 88조원) 규모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국내 생산 반도체의 매출을 3배로 늘려 963억 달러(약 132조원)에 이르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신흥국 정부 역시 반도체 산업 지원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인도는 지난 2월 타타그룹의 반도체 공장 건설 등에 정부 기금 100억 달러(약 13조7천억원)가 들어가는 투자안을 승인했다.

인도 정부는 올해 안에 첫 국산 반도체를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려 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반도체 산업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는 올해 내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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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10조원 규모 프로그램…'반도체 생태계' 육성
한국 정부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금융과 민간펀드 등을 통해 최소 10조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한 반도체 장비업체서 개최한 반도체 수출기업 간담회에서다.

직접적으로 현금을 투입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반도체 분야에 초점을 맞춰 대규모 정책프로그램이 마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통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반도체 전 분야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최상목 부총리는 "간접적인 재정 지원 방식의 프로그램"이라며 "재정이 밑부분 리스크를 막아주고 민간과 정책금융이 같이 들어가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특히 소부장이나 취약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분야의 R&D 및 설비투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그릇 하나를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세액공제 비율을 올리고 반도체 분야 정부 지원 예산을 1조3천억원으로 작년의 2배 이상으로 늘렸다.

아울러 ▲ 인프라·투자 환경 ▲ 생태계 ▲ 초격차 기술 ▲ 인재를 4대 중점 과제로 정해 반도체 기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는 2047년까지 경기 남부 일대에 들어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에만 622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경쟁 격화에 대비해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