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스·신티에스 등 현지 회사 '구슬땀'…'LG-코이카 직업학교' 배움 열기
교민사회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맞아 경제교류 확대 기대

[※ 편집자 주 = 우리 정부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6월 4∼5일 서울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합니다.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아프리카는 인프라 확충 등이 필요해 다양한 경제교류 협력이 기대되는 곳입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에티오피아, 보츠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3개국에서 발로 뛰고 있는 한상(韓商) 등을 만나 현지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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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가다] ③ 에티오피아 한국기업들, 철강·의류 산업서 맹활약
지난해 한국과 수교 60주년을 맞은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나라 중 유일하게 한국전쟁에 지상군을 파견해 '피를 나눈 형제국'으로 통한다.

지난해 10월에는 방문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경제사절단과 함께 에티오피아를 찾아 무역 촉진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으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차로 45분 거리(40km)인 비소프투에 있는 철강기업 에코스 생산 공장에서 만난 추창호 회장은 "2년 만인 어제 공장을 다시 가동해 215t(톤)의 이형철근을 생산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에코스는 아파트 등 철근 콘크리트 건축에 사용되는 이형철근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2018년 현지에 10만㎡ 규모의 공장을 준공해 15만t을 매년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19와 외환 승인 등의 문제로 주춤했다가 최근 재가동했다.

약 90명의 직원 가운데 한국인은 추 회장을 비롯해 이형욱 공장장, 손덕천·김여진 부장, 김성목 과장 등 5명이다.

이 공장장은 자동으로 진행되는 생산 라인에 한치의 오차도 발생하지 않도록 생산 전 과정을 꼼꼼하게 감독하고 있었다.

[아프리카를 가다] ③ 에티오피아 한국기업들, 철강·의류 산업서 맹활약
추 회장은 "철강 분야는 현지인들도 기피하는 '3D 업종'이었는데 자동화 등으로 인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계획대로 생산이 이뤄진다면 올해는 600억원, 내년에는 1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에코스는 커피 분야로 사업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디카페인 원두 생산 및 수출, 내수용 인스턴트 커피 생산 등을 담당할 자회사 '시에이치(CH) 빈 인터내셔널'을 만들기 위해 에티오피아 투자청(EIC) 등과 협의 중이다.

글로벌 의류 봉제기업 신티에스와 의류·신발 제조업체 영원무역, 부동산 개발 진출을 계획 중인 봉제업체 비엠(BM) 등도 현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우리 기업들이다.

신티에스는 2022년 현지 3대 수출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차민호 신티에스 회장은 "직원 6천명의 안정적인 주거를 위해 기숙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고, 류환명 비엠 대표는 "아프리카에서 사업하려면 현지 관습과 제도에 잘 적응해야 하고, 현지 매니저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프리카를 가다] ③ 에티오피아 한국기업들, 철강·의류 산업서 맹활약
외교부 산하 무상원조 전담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과 민간 기업의 우수 협력 사례로 평가받는 'LG-코이카 희망직업훈련학교'에서는 미래를 이끌 IT 꿈나무들의 배움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전쟁 참전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코이카와 LG전자, 에티오피아 정부 등이 협력해 2014년 문을 연 희망학교는 올해 개교 10주년을 맞았다.

코이카와 LG가 사업비를 절반씩 부담하며, 개발협력분야 비영리단체 월드투게더가 운영한다.

이날 진행된 전기·전자반 수업에서는 텔레비전 분해 조별 실습이 이뤄졌다.

6∼7명으로 구성된 학생들은 LG가 실습용으로 제공한 TV 부품을 떼어내 전기가 어떻게 흐르는지 파악하고, 각 부품이 하는 역할에 관해 토론했다.

우수 졸업생으로 선정돼 오는 7월 두바이 LG전자 법인에서 연수할 예정인 사미엘 리케마리암은 "이론을 바탕으로 한 실습 중심의 학습이 도움이 됐다"며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나라에 기여하는 엔지니어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타리쿠 메딘 희망학교 교장은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학생들은 3년간 학비와 교육비를 전액 지원받는다"며 "10년 동안 누적 졸업생은 450여명으로, 지금까지 졸업생 취업 및 창업률은 100%"라고 말했다.

코이카가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에티오피아에 제공한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3천911억원으로 아프리카 16개국 중 1위다.

코이카는 올해 ICT 기반 창업 및 중소기업 육성 지원 사업 등에 378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프리카를 가다] ③ 에티오피아 한국기업들, 철강·의류 산업서 맹활약
에티오피아 재외동포들은 이처럼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사례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오는 6월 최초로 서울에서 열리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통해 양국 간 경제교류 등 협력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는 총 1만455명이며 에티오피아에는 288명이 있다.

박형숙 에티오피아한인회장은 "아프리카 정상들이 한국에 모인다는 보여주기식 행사여서는 안 된다"며 "아프리카 국가들이 무상원조 등을 더 받아내려는 데만 집중하지 않도록 의제 설정을 잘해서 우리가 얻을 것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중 에티오피아 명성의과대학장 겸 명성병원장은 "에티오피아에서는 아비 아머드 총리가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알고 있고, 교민사회도 한국 홍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교민들의 권익 향상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프리카를 가다] ③ 에티오피아 한국기업들, 철강·의류 산업서 맹활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