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2대 국회의 에너지 정책 과제
4·10 총선이 끝났다. 잠시 멈춘 에너지 정책도 이제 시계를 돌려야 한다. 에너지의 94%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국제 에너지 시장이 급변하는데 한가하게 있을 수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얼마 전 우리 통화정책의 최대 변수로 ‘유가 변동’을 지목할 만큼 중차대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며 전 세계가 홍역을 치르다 가까스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터지고 이란과 확전이 이뤄지면서 다시 미궁에 빠지고 있다.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산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상승한다는 전망도 있다. 에너지 안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지난해 에너지정책에서 재생에너지에 의존하는 ‘RE100’보다 원자력, 재생에너지, 수소와 같은 탄소중립을 달성할 모든 기술을 활용하는 ‘무탄소연합(CFA)’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은 이 구상이 어떻게 실현될지 지켜보고 있는데 정권이 3년 차로 접어들면서 몇 가지 핵심 정책의 구체화가 필요하다.

첫째, 신규 원전 건설이다. 정부는 전력의 안정적 공급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공사를 재개한 신한울 3·4호기 외에도 추가적인 원전 건설 계획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체코 등 해외 원전 수주까지 이뤄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둘째,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가격 입찰 확대 여부다. 지난해 대형 원전 1기를 능가하는 1.6GW의 풍력발전 경쟁 입찰이 있었다. 시장에서는 사업개발 단계에 있어 허가를 대기 중인 대규모 해상풍력까지 전력시장에 들어오려면 좀 더 큰 규모의 입찰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셋째, 청정수소발전 입찰 시장 개설이다. 2027년부터 석탄화력발전에 청정암모니아를 혼합해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예정인데 입찰 시장을 올해 상반기에 개설하기로 예고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청정수소와 암모니아에 대한 인증 기준과 이를 관리할 인증관리 기관까지 확정했다. 이는 정부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청정수소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로 한 계획의 실천이며, 수소경제를 선도하는 첫걸음이다.

그런데, 이런 제도를 실현하기 위해 풀어야 할 해결 과제가 있다. 첫째, 21대 국회에서 오랫동안 논의 중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과 ‘풍력발전보급촉진특별법’이다. 현재 원전 안에 있는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 시설이 2030년이면 일부 원전에서 포화상태에 도달한다. 원자력이 국제사회에서 친환경으로 인정받으려면 사용 후 핵연료 영구처분 계획을 조속히 실천해야 한다.

둘째, 물가 안정을 고려해 인상을 보류한 전기와 가스요금 현실화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합산 부채가 지난해 말 250조원에 달해 작년 한 해 이자로 6조원을 지급했다. 이는 2021년 이후 한전의 누적 적자가 43조원에 달하고, 가스공사도 가스요금 인상이 미뤄져 쌓인 미수금이 15조7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계속해서 누적되면 에너지 공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다. 미래를 위한 송전망 투자 등 인프라 확충이 지체된다면 새로운 발전소 건설이 이뤄져도 소비지까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손쉬운 해법은 없다. 정치권이 에너지를 정쟁 대상으로 삼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력이 필요하다. 22대 국회 출범에 즈음하여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도록 시급한 과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협치의 지혜를 발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