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동아리 만든 중학생들, 또래 왜곡 사례에 닭똥같은 눈물
"올해는 폄훼 근절되길" 44주년 앞둔 5·18 묘지 참배 물결
"중학생들도 다 아는 역사적 사실인데…. 올해는 5·18에 대한 왜곡이 뿌리뽑히길 소망합니다.

"
5·18 민주화운동 44주년을 엿새 앞둔 12일 낮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전남 나주 한 중학교 학생들은 안타까움에 눈시울을 붉혔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열흘간의 항쟁은 '민주화를 위한 투쟁'이라고 역사 수업을 통해 배웠으나, 이를 폭동이라고 치부하고 폄훼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열사들의 숭고한 희생 덕분에 이룩한 민주주의인데, 또래 사이에서 의도적으로 왜곡하려 해 죄스러움까지 느낀다고 했다.

미리 준비한 국화를 헌화하고 묵념하는 것으로 죄스러움을 고백한 이들은 묘지 한편에 모여 묘역에 새겨진 열사들의 이름을 곱씹었다.

동행한 역사 교사로부터 5·18 최초 사망자 고(故) 김경철 열사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친구들에게 이를 알려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어지는 5·18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역사동아리를 만들었다는 중학교 3학년생 박모(16) 양은 "학교로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5·18의 진실을 알리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어 "교복을 입고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열사들처럼 교복을 입고 참배하러 왔다"며 "친구들에게 알려주려고 동아리에서 5·18 교육 영상도 자체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폄훼 근절되길" 44주년 앞둔 5·18 묘지 참배 물결
이들 학생 외에도 5·18 정신을 잊지 않으려는 일반 참배객들의 발걸음은 이날 꾸준하게 이어졌다.

계엄군에 의해 아버지이자 할아버지를 잃은 유가족, 전국 각지에서 온 시민들은 묘역 앞에 선 채 5·18 상징 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 높여 부르거나 차례대로 헌화했다.

참배객들은 종이컵에 따른 술을 듬성듬성 자란 묘역 위 잡초에 흩뿌렸고, 쓰고 온 마스크를 벗어 묘비를 닦아냈다.

서울에서 배우자와 함께 온 참배객 안모(54) 씨는 "부끄럽지만, 폭동이 아니라 민주화운동이었다는 사실을 40살이 넘은 후에야 알게 됐다"며 "그동안 별다른 관심이 없었는데, 왜곡·폄훼되고 있다는 미디어를 보고 민주 묘지에 처음 왔다"고 말했다.

이어 "총탄이 박힌 전일빌딩, 5·18 기록관을 보고 공부했는데, 잊지 않고 이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