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석유회사 경영자들을 만나 조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 규제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하며 재선을 위해 선거자금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요청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리조트에서 열린 만찬에는 엑슨모빌과 셰브론, 콘티넨털리소시스, 옥시덴털페트롤리엄 등 대형 석유·가스 기업 경영진과 로비스트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경영자는 “석유 기업들이 바이든 행정부 로비 활동에 지난해 4억달러를 썼는데도 환경 규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를 백악관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10억달러를 모금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환경 규제와 여러 관련 정책을 즉각 뒤집고 새로운 규제 제정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멕시코만과 알래스카 북부에서 시추를 더 허용하겠다고 공언하고 풍력발전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 덕분에 피할 과세를 고려하면 10억달러를 내는 게 ‘거래(deal)’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 우려와 관련한 주장을 ‘사기’라고 했고, 첫 임기 4년 동안 125개 이상의 환경 규칙과 정책을 완화하거나 철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부분의 규제를 복원하고 주요 석유·가스 시추 인허가를 거부했다.

한편 이날 공화당 주지사가 이끄는 25개 주는 환경보호청(EPA)이 지난달 도입한 새 규제 효력을 중지해 달라며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EPA는 지난달 25일 2039년 이후에도 가동할 예정인 기존 석탄 발전소와 신규 천연가스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2년까지 90% 줄이도록 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