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죽었다'부터 '원더랜드'까지…창고 속 영화들 세상 밖으로 [이슈+]
한국 영화의 위기라고 불렸던 코로나 팬데믹 기간, 창고 속 묵혀뒀던 영화들이 먼지를 털고 하나, 둘 관객맞이를 준비 중이다.

스타트는 오는 15일 변요한, 신혜선 주연의 영화 '그녀가 죽었다'가 끊는다.

이 영화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덕구', '인천상륙작전' 등에 각색, 스크립터로 참여한 김세휘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이 작품은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 중인 연기력이 입증된 변요한, 신혜선이 출연했다. 2021년 상반기 촬영을 마쳤으나 코로나 여파로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

강동원 주연의 '설계자'도 오는 29일 개봉일을 확정했다.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충무로 대표 미남 배우로 꼽히는 강동원이 출연해 기대를 한몸에 받았으나 코로나 시기 영화들이 줄줄이 관객몰이에 실패하면서 개봉 시기가 밀렸다.

'만추' 김태용 감독이 13년 만에 내놓는 영화 '원더랜드'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영화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 감독의 아내이자 배우 탕웨이와 주목받는 젊은 배우들인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이 출연했다.
'그녀가 죽었다'부터 '원더랜드'까지…창고 속 영화들 세상 밖으로 [이슈+]
이들 작품이 수년간 개봉일만 기다렸던 이유는 바로 2020년 2월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다. 일반적으로 상업영화는 촬영 종료 후 1년 내를 작품 공개 '적기'로 판단되어 왔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 수백억 원을 투입한 대작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고, 한국 영화 관객 수도 지난해 평균 연간 관객 수의 절반에 그치면서 눈치만 보다 영화를 쌓아놓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의 봄'과 올해 '파묘'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극장가에도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또 최근엔 '범죄도시4'도 개봉해 시리즈 세 번째 천만 관객을 노리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액, 관객 수는 팬데믹 이전의 77.5%, 66.0%까지 올라섰다.

개봉 시점을 고심하던 작품들은 지금이 투자비를 회수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점이라 판단하고 작품 공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창고 영화'들은 수십여편에 이른다. 최민식, 박해일 주연의 '행복의 나라'(임상수 감독)는 2019년 10월 크랭크업했으나 지금까지 개봉 미정이다. 김윤석·배두나 주연의 '바이러스'(강이관 감독), 이병헌·유아인 주연의 스포츠 드라마 '승부'(김형주 감독), 류승룡·하지원 주연의 가족 누아르 '비광'(이지원 감독), 곽도원 주연의 '소방관'(곽경택 감독) 등도 있다.

일각에서는 오래 묵혀둘수록 올드한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며 더 늦기 전에 개봉 시점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화 속 메시지가 시의성이 떨어지면 요즘 관객들은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극장에 개봉하든 OTT를 통해 공개하든 발 빠른 전략을 세워야 수익적인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