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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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를 소재로 한 영화가 나온다. '만추' 이후 13년 만에 신작을 발표한 김태용 감독의 신작 '원더랜드'의 이야기다.

오는 6월 5일 개봉되는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로 가슴을 울리는 상상력과 공감을 자극하는 스토리가 특징이다.

9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김태용 감독은 평소 영상통화를 자주 한다면서 "끊고 나면 이게 진짜 있는 사람과 한 걸까? 다시 만나면 오랜만인 것 같기도 하고 바로 어제 본 것 같기도 하더라"라며 "관계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는 느낌이다. 예전과는 달리 변화하고 있어서 죽은 사람도 영원히 죽지 않고 소통하는 시기가 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감독은 '숙제'를 풀어가는 느낌으로 이 영화를 연출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 주변에 먼저 보낸, 앞으로 보낼 사람을 생각해보면 그들과 계속 관계를 맺는 게 좋을까. 그런 게 숙제로 느껴져 담담히 써 보았다"고 했다. 이어 "딱 붙어있는 우리 이야기 같이 느껴졌으면 했다. 현재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로 복원하고, 수년 안에 일어날 일을 영화로 조금 먼저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자문과 연구를 충분히 하고 시나리오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화려한 캐스팅에 대해 "스크린 안에서 이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난다. 저희 영화가 사람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상처받고 극복하는지, 잔잔한 드라마다. 배우들이 찍을 때마다 카메라가 자꾸 앞으로 가고 싶더라. 조금 더 조금 더 하다가 뒤로 갔다. 워낙 흡인력 있는 배우들"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탕웨이 "호사다마"…4년 묵힌 '원더랜드' 맛있게 익었을까 [종합]
이 작품에는 김 감독의 아내이자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외국인 배우 최초로 청룡영화상을 수상한 탕웨이가 출연해 화제가 됐다. '만추'로 인연을 맺은 탕웨이와 김 감독은 2014년 결혼해 슬하에 딸을 두고 있다

탕웨이는 "아이디어가 좋았고 김태용 감독과 다시 한번 작업하기 위해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탕웨이는 이 작품에서 사망 후 인공지능으로 복원된 고고학자 바이리 역을 연기했다. 그는 "시인 이백의 이름을 뒤집어 바이리라는 이름이 됐다. 딸에게 엄마의 죽음을 알리고 싶지 않아 원더랜드에 의뢰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고고학자를 만나 소통했다. 아이와 소통하는 장면에서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탕웨이와 부부가 된 후 다시 작업하게 된 것에 대해 "놀라운 경험이다. 촬영장에서 촬영했는데 집에 가면 또 있고"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촬영장에서 못 했던 이야기 집에 가서 할 수 있어 좋다. 이렇게 찍는 게 맞는지 물어보면, 같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라며 "24시간 일하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탕웨이는 "'만추' 이후 두 번째 작업인데 가장 큰 차이점은 익숙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둘 다 대화할 때마다 일 얘기밖에 안 하는 스타일이다. 영화, 캐릭터 이야기를 주로 한다. 감독도 워커홀릭인데 저도 디테일하고 꼼꼼한 편이다. 같이 작업할 수 있어 행운이다. 다른 사람이면 꽤 힘들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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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는 사고로 의식을 잃은 남자친구 태주를 보기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항공사 승무원 정인으로 분했다. 박보검은 사고로 오랜 시간 의식불명 상태였다가 기적처럼 눈을 뜬 정인의 남자친구를 태주 역을 맡았다.

박보검은 "'백상예술대상' MC로 수지와 만나다 이번 영화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시나리오를 읽고 정인 캐릭터에 수지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연기 호흡도 잘 맞아 서사를 잘 그려 나간 기억이 난다"고 했다.

수지는 "정인과 태주의 관계가 친구 같고 편안한 연인이라 오빠와 아주 친해졌다. 편안하고 친구 같은 호흡이 영화 속에 잘 담긴 것 같다"고 거들었다.

이어 "감독께서 현장에서 말씀하신 것 중에 와닿은 말은, 인간과 오히려 소통하기가 더 어렵고 대화가 잘 안된다는 것이었다. 저도 그 생각을 매번 하면서 연기를 하려고 했다. 원더랜드 속 태주는 완벽한 남자친구인데, 현실로 돌아온 태주는 상황적으로 소통이 어려워지고 갈등이 생긴다. 그럼 부분을 신경 쓰며 연기를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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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후 첫 작품을 내놓은 박보검은 "오랜만에 인사드리게 되어 감사하다. AI, 딥페이크, 딥러닝 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나라면 어떤 생각, 선택할까'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분명한 정답을 찾아가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최우식은 정유미와 함께 원더랜드의 플래너를 연기하게 됐다. 최우식은 "정말 친한 친구와 같이 연기할 때 호흡과 케미가 궁금했다"며 "이 일을 하게 된 뒤 친구 만드는 게 어려웠는데 제게 정유미는 나이와 성별을 떠나 좋은 친구"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소통 잘 되는 감독과 따뜻한 사람들이 함께 하는 시너지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이 작품을 끝내고 많은 걸 배웠고,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겼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캐스팅 비결에 대해 "저야 이 배우들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배우들이 좋아할지 모르겠더라. 어떤 순간 이야기가 가진 인연이 이분들과 딱 맞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저희 영화가 주로 혼자 연기하는 게 많은데 배려가 많은 배우들이다. 수지가 연기할 때 박보검이 나오지 않아도 현장에 와서 계속 맞춰주더라. 수지도 마찬가지다. 서로 배려해주는 연기를 했다. 영화에 나올 섬세한 표정들은 상대 배우로부터 받은 표정이다"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원더랜드'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개봉 시기를 조율하지 못하고 촬영이 끝난 지 4년여 만에 개봉하게 됐다. 박보검은 "전역 후 영화가 개봉해서 오히려 더 좋다"고 말했다. 탕웨이는 "호사다마란 말이 있는데 영화를 기다리며 숙성돼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오랜 시간 공들였는데 이 영화를 통해 느낌이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