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기자가 중국 우한 도심에서 로보택시에 탑승해 출발 전 사용법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중국 우한 도심에서 로보택시에 탑승해 출발 전 사용법을 살펴보고 있다.
“운전석에 아무도 없는데 차가 움직이니 무섭네요.” 기자의 말에 안내를 맡은 동행자는 “사고가 난 적은 없었다”며 “미래 기술을 즐기라”고 했다. 지난달 1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경제기술개발구에서 24시간 영업을 시작한 로보택시를 타고 15.7㎞를 이동했다. 카카오택시를 부르듯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가 운영 중인 ‘뤄보콰이파오’ 앱에서 목적지를 입력하자 몇 분 후 안전요원도 없는 완전 무인택시가 도착했다. 로보택시는 기자가 창문에 뜬 표시판에 예약자 연락처 네 자리를 입력한 후에야 뒷문을 열어줬다.

요금은 일반택시(41위안)보다 70%가량 비쌌지만 쿠폰을 적용하니 할인된 21.27위안(약 4080원). 운전석과 보조석에 아무도 없는 로보택시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을지 우려됐다. 기자가 탄 택시는 중국 전기차 업체 아크폭스 차량이다. 뒷좌석에 탑승해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출발 버튼을 누르자 안전벨트를 매라는 안내와 함께 택시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출발했다. 택시 운전대는 혼자 쉴 새 없이 움직였고, 거침없이 유턴해 큰길로 나아갔다. 안전을 위해 앞좌석에는 사람이 탈 수 없게 투명 칸막이가 있었다. 내부엔 CCTV가 두 대 설치돼 상황을 파악했다.

디스플레이에는 지도와 함께 남은 거리, 시간이 표시됐다. 주행한 지 1분가량 지나자 ‘차내 청결이 괜찮냐’는 메시지가 떴다. 택시는 차선을 바꿀 때와 사거리를 지날 때 미리 방향 표시등을 켰다.

옆 차량이 끼어들려고 하자 택시는 살짝 오른쪽으로 차체를 틀고 속도를 줄였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10분가량 지나자 도로에 차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커다란 화물차가 유턴하기 위해 1차선을 막고 있었다. 택시는 주저 없이 오른쪽 방향 표시등을 켜고 2차선으로 이동했다. 비보호 좌회전도 문제없었다. 직진 차량이 계속 밀려드는 상황에서 차량 간 간격이 벌어진 틈을 타 민첩하게 움직였다.

길거리에 있는 행인도, 교통 경찰도 운전사가 없는 택시에 익숙한 듯 보였다. 로보택시는 강 위 다리를 건너기도 했다. 차량 내에선 운전을 제외한 모든 제어를 승객이 할 수 있었다. 디스플레이로 노래를 듣고 에어컨을 조절하며 TV를 보는 것도 가능했다. 긴급 상황에 호출이 가능한 SOS 버튼도 보였다. 탑승하는 동안 다행히 SOS를 누를 일은 없었다.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하차를 준비하란 안내가 들렸다. ‘도착 시간이 예상과 비슷했냐’는 질문이 떴다. 실제 주행 시간은 28분으로 예상보다 1분 빨랐다.

우한=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