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재판부가 심리…"법원, 정부 편들어 시간끌기 동조"
정부 측만 참석해 의견 제시…"헌법상 인정되지 않는 주장"
증원금지 가처분 기각된 의대생측, 유사 사건 재판 불출석(종합)
의과대학 학생 측이 각 대학 총장을 상대로 증원을 멈춰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같은 재판부에서 맡은 비슷한 취지의 사건 심문에 불참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3일 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충남대 학생 1천786명이 낸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기일을 열었으나, 학생 측 대리인이 참석하지 않아 4분 만에 종료했다.

이 가처분 사건은 학생들이 국가와 각 대학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을 상대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멈춰 달라며 제기한 것이다.

의대생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이 사건의 결과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사건인 지난달 30일 가처분 신청과 같을 것이 명백한 만큼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재판부가 강원대·제주대·충북대 의대생 총 485명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대한 '반발' 성격으로 풀이된다.

이 변호사는 전날 재판부에 기각된 사건에 대한 즉시항고장도 제출했다.

그는 항고장에서 "채권자(의대생)들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2천명 증원 결정 등으로 교육받을 권리가 형해화된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원심은 이를 애써 외면했다"며 "법원이 한쪽 당사자인 정부의 편을 들어주고 '시간 끌기'에 동조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의대생 측의 불출석으로 이날 심리는 정부 측 의견만 듣는 것으로 종결됐다.

심문에 출석한 정부법무공단 관계자는 "나의 교육 여건이 달라진다고 타인을 배제해달라는 주장은 헌법상 인정되지 않는다"며 "설령 증원 때문에 교육 여건이 달라진다 해도 이는 향후 여건 개선으로 해결할 문제지, 가처분 신청으로 권리를 보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의대생들은 이 사건 외에도 정부를 상대로 증원 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여러 건 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신청인 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연이어 각하했다.

의대생들은 즉시 항고했고, 지난달 30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고심 심문에서 재판부는 정부 측에 '2천명 증원'을 결정한 근거 등 자료를 내라고 요구했다.

이날 이 변호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언론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배정위원회 회의록은 법원 제출 대상이 아니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던데, 과학적 근거가 있다면 제출을 왜 거부하겠느냐"며 "진실대로 모든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