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하는 ‘2024 기업승계 희망포럼’이 2일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임문택 기업은행 부행장(앞줄 가운데 왼쪽부터),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참석자들이 개막식에 앞서 기념촬영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올해로 창업 71년을 맞은 삼진식품, 53년간 플라스틱 사출물을 제조해온 일신프라스틱 등 10개 기업이 올해 처음 제정된 ‘대한민국 100년 기업상’을 수상했다.한국경제신문사와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 기업은행이 공동 제정한 대한민국 100년 기업상은 지속 성장이 기대되는 우수한 승계기업을 발굴하고, 모범적인 기업승계 사례를 전파하기 위한 취지다. 올해 3월 공모한 뒤 4월 한 달간 심사를 거쳤다. 시상식은 2일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기업승계 희망포럼’에서 진행했다. 중기중앙회가 주최하고 한경, 중기부, 기업은행, 홈앤쇼핑이 공동 후원한 기업승계 희망포럼은 중소기업 1, 2세대가 한자리에 모여 성공적인 기업승계를 위한 제도·정책 개발 등을 토론하는 행사다. 2010년 시작해 올해로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승계 이후 혁신경영 나선 2세올해 포럼의 슬로건은 ‘세대를 이어 혁신하는 중소기업, 도약하는 한국 경제’로 중소기업 1·2세 100여 명이 참석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기업승계를 부의 세습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중소기업들의 혁신 성장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돼 왔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독일처럼 존경받는 100년 기업이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이날 기업승계 희망포럼에서는 머리가 희끗한 중소기업 창업주와 2세 경영인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승계 의지를 다졌다. 2세대 경영인 한인수 지테크인터내셔날 연구원은 “이번 행사에서 아버지와 회사의 미래와 비전을 놓고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올해 수상 업체는 총 10곳이다. 71년 업력을 가진 삼진식품을 비롯해 50년 역사의 선일금고제작, 46년을 이어 기업을 이끌어온 대홍전기 등의 업체가 수상했다. 부산 어묵 제조 전문업체 삼진식품은 3대째 한 우물을 판 점을 인정받아 중기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선일금고는 2세대 김은영 부사장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며 국내 최초로 전자버튼식 금고를 도입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역시 중기부장관상을 받았다.이날 함께 중기부장관상을 받은 건백은 재생 폴리에스테르 스테이플 섬유를 생산하는 업체다. 박경택 건백 대표는 2001년 회사를 물려받아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박 대표가 회사를 승계한 뒤 매출은 125억원에서 348억원으로, 직원은 28명에서 60명으로 늘었다.중기중앙회장상을 받은 빅드림은 2세대 승계 이후 혁신기술 중심의 사업을 적극 확대했다. ○“추가 제도 개선 필요”시상식에 앞서 기업승계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데이터로 본 기업승계 제도 보완 방향’을 주제로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직전 5개 사업연도 말 평균 현금의 150%를 초과하는 현금 보유액을 사업무관자산으로 간주하는 것은 경영 부담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재연 강원대 교수는 “현금성 자산은 미래 투자 자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업무관자산으로 간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가업상속공제 시 업종 변경 제한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업승계 세제 지원을 받으려면 업종을 유지하거나 한국표준산업분류 대분류 내에서 변경해야 한다. 가업승계 세제 지원을 받은 뒤 5년 내에 대분류를 벗어난 업종으로 변경할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를 전액 추징한다. 여상훈 빅드림 실장은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신산업 진출 등에 따른 업종 변경이 잦은 만큼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최대주주가 여러 명일 때는 모든 최대주주에게 기업승계 세제 지원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서귀포=이정선 중기선임기자/이미경 기자 leeway@hankyung.com
‘소통과 신뢰! 대를 잇는 천년 장수기업의 성공 비전’.2010년 11월 제주 해비치리조트에서 처음 열린 ‘기업승계 희망포럼’의 슬로건이었다. 기업승계 희망포럼은 당시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과 중소기업중앙회, 기업은행,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으로 한국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중견기업에 원활한 기업승계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로 마련한 행사였다. 포럼은 ‘아름다운 바통터치’라는 명칭으로 시작됐다. 이후 2019년 ‘장수기업 희망포럼’으로, 지난해부터 지금의 기업승계 희망포럼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기업승계 희망포럼은 중소·중견기업 1세대와 2세대가 한자리에 모이는 국내 유일의 행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박화선 중기중앙회 기업성장실장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업을 일군 창업주와 성인이 된 2세의 경영철학이 다를 뿐 아니라 세대 차이도 있어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승계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포럼을 통해 창업주와 2세가 고민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는 만큼 행사에 참여한 후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창업주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기업승계 희망포럼은 기업승계 제도 개선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년 포럼에서 열리는 기업승계 관련 토론회를 통해 전문가와 기업인들은 각종 불합리한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한국경제신문은 이 같은 문제를 심층 분석하는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루며 제도 개선을 유도해왔다.기업승계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온 상속세 공제 한도가 점차 확대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상속세 공제 한도액은 포럼 초창기만 해도 100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부터 6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기업승계 후 가업과 고용을 일정 기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 요건은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특히 이번 행사부터 우수 승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한민국 100년 기업상’이 제정되면서 기업승계 희망포럼의 역할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수상 기업의 모범 사례가 다른 기업이 참고할 만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승계 의지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은 2일 “이제 가업승계를 넘어 기업승계를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오 장관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업승계만으로는 한국 제조업의 뿌리를 이어가기 힘들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오 장관은 “창업 2·3세 자녀 세대가 제조업을 하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있다”며 “국가 경쟁력인 제조업을 이어가려면 일본처럼 인수합병(M&A) 시장을 활성화해 경쟁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를 위해 중기부는 친족 등의 가업승계 개념으로 이뤄지던 중소기업 승계를 기업승계로 확대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특별법(가칭 기업승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오 장관은 “M&A뿐 아니라 기술승계, 부분승계, 기업분할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중소기업 승계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소 제조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의 고령화 상황을 고려하면 10년 뒤엔 35만여 개 기업이 폐업할 것”이라며 “이로 인한 실직까지 고려하면 사회적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특별법 제정과 M&A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전통 제조업과 스타트업을 연계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오 장관은 “제조업 뿌리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시대에 맞게 소프트웨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혁신해야 한다”며 “기업승계 등을 통해 지역 기업을 살리면 지방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가 날 수 있다”고 했다.서귀포=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