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당뇨약이 갑상선암 발병과 관련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일부 의학계 등에서 번진 'GLP-1 계열 약이 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의미다.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는 9일(현지시간) 영국의학저널(BMJ)에 이런 내용의 논문을 공개했다.GLP-1 유사체로도 알려진 GLP-1 작용제는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줄여준다. 2형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로 폭넓게 활용되면서 이 약으로 치료 받은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이전에 나온 부작용 연구 등에선 해당 약물을 투여한 환자 사이에서 갑상선암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하지만 데이터 등이 부족해 이를 명확히 입증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GLP-1 계열 주사제인 리라글루타이드와 세마글루타이드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리라글루타이드는 노보노디스크의 당뇨약 '빅토자'와 비만약 '삭센다'의 성분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같은 회사의 당뇨약 '오젬픽'과 비만약 '위고비' 성분이다.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서 GLP-1 계열 약으로 치료 받은 환자 14만5000명과 당뇨 치료에 폭넓게 활용되는 다른 약물(DPP4 억제제)로 치료받은 환자 29만명을 분석했더니 GLP-1 계열 치료제 투여 그룹에서 갑상선암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 평균 4년 미만 기간 동안 분석한 결과다.다른 당뇨 치료제(SGLT2 억제제)를 투여한 그룹과 비교해도 GLP-1 치료제 투여 환자에게서 갑상선암 발병이 늘진 않았다. 비에른 파스테르나크 카롤린스카연구소 연구원은 "대규모 연구를 통해 갑상선암 위험을 높이는 데 GLP-1 계열 치료제가 관련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했다.다만 연구팀은 선천성 갑상선 수질암 위험이 높은 환자는 임상 현장에서 이들 의약품 사용을 권장하지 않아 이번 데이터 분석엔 포함되지 않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들에게 특정 갑상선암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는 의미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프랑스 입센은 미국 수트로바이오파마의 전임상 단계 항체약물접합체(ADC) ‘STRO-003’을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과 단계별 경상기술사용료(로열티)를 포함한 총 계약 규모는 9억달러(약 1조2000억원)다. 지분투자와 단기 마일스톤 등 약 9000만달러(약 1200억원)가 포함됐다.입센은 STRO-003에 대한 글로벌 독점 권리를 확보했다. 입센은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포함한 임상 1상 준비부터 후속 임상 개발 및 글로벌 상업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STRO-003은 ROR1과 결합하는 항체에 약물(페이로드) ‘엑사테칸’을 부착한 8개의 베타글루쿠로니다아제(β-Glucuronidase) 링커를 달았다. 암세포와 결합한 후 링커가 절단되면 엑사테칸이 방출돼 토포이소머라제-1(TOPO-1)을 억제하고 암세포 DNA를 파괴하는 기전이다.STRO-003은 비소세포폐암과 유방암 환자에서 유래한 ROR-1 발현 이종이식모델에서 항암 활성이 나타났다. 수트로바이오에 따르면 설치류와 비인간 영장류를 대상으로 진행한 전임상 연구에서 다른 TOPO-1 억제 ADC에 비해 폐 독성이 낮게 나타났다.ROR-1은 다양한 고형암과 혈액암에서 과발현되는 항원이다. 가장 앞선 단계의 경쟁 파이프라인은 미국 머크(MSD)의 ‘MK-2140’이다.MSD는 ROR-1 표적 ADC인 MK-2140를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임상 2·3상을 진행하고 있다.국내에서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옛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에이비엘바이오가 ROR1 표적 ADC ‘LCB71’을 개발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ROR1항체와 레고켐바이오의 페이로드 pPBD를 결합했다. LCB71은 2020년 중국 시스톤파마수티컬스에 기술이전했다. 시스톤은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임상 1a상 중간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세계 1위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스위스 론자가 새 최고경영자(CEO)로 자국내 다른 CDMO업체 수장을 임명했다. 론자에 안정적 리더십이 정착돼 새로운 성장을 이끌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론자는 론자 이사회가 스위스 CDMO인 지그프리드의 CEO 볼프강 비난드를 새로운 CEO로 임명해 올 여름에 합류할 것이라고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볼프강 비난드는 14년간 지그프리드에 재직하며 최고과학연구책임자(CSO),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을 거쳐 5년간 CEO를 역임했다. 지그프리드는 직원수 규모에서 론자의 4분의 1수준이며 해외 제조시설도 론자(30개)보다 적은 12개다. 론자 CEO인 알버트 베니는 성명에서 "입증된 리더십 역량을 갖춘 볼프강 비난드는 론자가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 조직을 이끌고 사업을 대표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볼프강 비난드는 "론자에 합류해, 강력한 미래로 이끌게돼 매우 기대된다"며 "론자 직원들은 과학연구·기술·시장 전문성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의약품 개발 및 제조의 경계를 넓히고 글로벌 대형제약 산업의 파트너로서 신약개발 혁신을 지원해 환자의 건강 증진에도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이번 임명은 리차드 리딩거가 2019년 초 떠난 이후 수년간 대표가 교체되면서 리더십이 불안정을 보인 가운데 벌어졌다고 미국 바이오전문 매체 피어스파마는 분석했다. 론자는 지난해 9월 바이오업황 및 실적 부진 영향으로 CEO를 갑자기 교체했다. 피에르 알랭 루피외 CEO가 물러나고 당시 이사회 의장인 알버트 베니가 임시 CEO를 맡았다. 베니는 당시 성명에서 "최근 몇 달은 의심할 여지 없이 어려운 시기였지만 업계 리더로서 추가 성장을 위한 많은 기회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 이러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니는 볼프강과의 인수인계 기간이 끝나면 몇달내로 사임할 예정이다. 베니의 이사회 의장 자리 역시 하이네켄 의장이던 장 마크 휴엣으로 오는 5월 교체될 예정이다.론자는 지난해 많은 악재를 겪으며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같은 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미국 바카빌 제조공장을 12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것도 성장 전략의 일환이다. 론자는 5억50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공장을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이 곳은 로슈의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오크레부스의 주요 제조 장소다. 이 인수 덕분에 론자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매출 성장률을 연 12~15%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론자의 총 매출은 67억 스위스프랑(약 9조9600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지그프리드의 실적 발표에서 볼프강 비난드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유명한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의 글로벌 CDMO 2위 기업인 미국 카탈란트 인수 영향에 대해 "경쟁자(CDMO)가 이득을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