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같은당 전 외무장관 지지…의원투표 앞두고 여야 무소속 의원 쟁탈전
50명 중 26표 얻어야…'친미' 야당연합 20석·'친중' 여당 19석 확보
솔로몬제도 '친중' 총리, 내달 2일 의원투표 앞두고 불출마 선언(종합)
최근 몇 년간 친중 정책을 펼치며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교두보' 역할을 자임한 솔로몬제도의 머내시 소가바레 현 총리가 차기 총리 선출을 위한 의원 투표를 앞두고 차기 총리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9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부나기 솔로몬제도 총독은 지난 17일 치러진 총선에서 선출된 의원들에게 통지문을 보내 내달 2일 오전 수도 호니아라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새 총리 선출을 위한 비밀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솔로몬제도는 영연방 국가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국가 원수이며 그를 대리하는 총독을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가바레 총리는 성명을 통해 자신은 이번 총리 투표에 후보로 나서지 않을 계획이라며 같은 당의 제러마이아 머넬레 전 외무장관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소가바레 총리는 2000년 6월 처음 총리에 올랐고, 2006∼2007년, 2014∼2017년, 2019년부터 지금까지 총 4차례 총리를 지냈다.

그는 2019년 재집권에 성공하자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으며 2022년에는 중국과 치안 지원은 물론 유사시 군대도 파견할 수 있는 안보 협정을 체결, 미국과 호주 등 서방의 우려를 샀다.

이번 총선에서 소가바레 총리가 이끄는 여당 우리(OUR)당은 전체 50석 중 15석을 차지했다.

여당은 현 정부의 연정 상대로 이번 총선에서 3석을 얻은 솔로몬제도국민제일당(SIPFP)과 손을 잡았고, 군소 정당 의원 1명의 지지도 확보해 총 19석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 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는 26석에는 아직 7석 모자란 상태다.

반면 민주당과 민주동맹당 등 야당 연합인 케어(CARE)는 13석을 얻었고 또 다른 주요 야당인 연합당(UP)은 7석을 차지했다.

케어 연합과 UP는 정권 교체를 위해 협력하기로 하면서 20석을 확보했지만, 누구를 총리 후보로 내세울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으며 여전히 6석이 부족한 상태다.

이 때문에 여당과 야당 연합은 오는 2일 선거까지 남은 무소속·군소정당 후보 11명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일 전망이다.

라디오 뉴질랜드(RNZ) 방송은 군소 정당 '개혁과 발전을 위한 국가연합'(NCRA)의 대표 고든 다르시 릴로 전 총리가 무소속 의원들을 규합하고 있다며 그가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솔로몬제도 경찰은 내달 15일까지 금주령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집단 폭력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금주령을 내린 바 있다.

또 치안 유지를 위해 호주에서 400명이 넘는 군인과 경찰이 파병됐으며, 뉴질랜드도 200명의 방위군과 헬기, 함정 등을 보냈다.

솔로몬제도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호주와 뉴질랜드 등에 군인과 경찰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처럼 새 총리 선출을 앞두고 솔로몬제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속에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것은 솔로몬제도가 이른바 '친중'과 '친미' 정책 노선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벌이고 있어서다.

여당은 친중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며 중앙정부가 있는 과달카날섬 주민들도 중국의 대규모 투자 수혜를 누리며 친중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인구가 가장 많은 말레이타섬 주민은 소가바레 총리 노선으로 서방과 대만 등에서 받던 원조가 끊겼다며 친중 정책을 비난한다.

야당도 대(對)중국 안보 협정을 재검토하고 대만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