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의료개혁 적극 협력"…정부 증원 추진에 '긍정적' 작용 전망
전공의·의협·전공의 모두 "증원 백지화" 요구해 접점 찾기는 힘들어
이번주 의대교수 휴진·사직 예고…'법률 위반' 거론되며 갈등 고조
영수회담 "의대증원 협력" 공감했지만…의정갈등 해소는 '난망'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서 의대 증원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의정(醫政) 갈등 해소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집단사직한 전공의, 이에 동조하는 의대 교수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이 모두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어 양측이 접점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대 교수들이 이번주 집단 휴진, 사직 등을 예고한 가운데, 이러한 집단행동이 국가공무원법과 의료법 위반,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는 법률 검토를 벌이고 있다.

당장은 '대화'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의협 등이 이에 강력한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의정 갈등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영수회담 "의대증원 협력" 공감했지만…의정갈등 해소는 '난망'
◇ 영수회담서 의료개혁 논의…야당 "적극적 협력" 약속
29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130분간 영수회담을 가진 이재명 대표는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정원 확대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제안했던 국회 공론화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고 했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나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검,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서는 '협력'을 약속한 것이다.

대통령실 역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바람직한 증원 규모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증원 추진 정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총선 전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료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적정 증원 규모는 400∼500명 선이라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의사 집단행동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여야, 정부, 의료계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영수회담 "의대증원 협력" 공감했지만…의정갈등 해소는 '난망'
◇ 전공의·의협·의대교수 모두 "증원 백지화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의사들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전공의, 의대 교수, 의협 모두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자체를 거부하는 입장에서 전혀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단체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격적으로 회동했지만, 이후에도 전공의들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이들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전면 백지화' 등 지난 2월 집단사직 당시 내걸었던 7대 선결 조건의 수용만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가 대학별로 증원된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에 한해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뽑게 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놓았지만, 의사들은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은 전날 의협 제76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이를 분명히 했다.

임 차기 회장은 "정부가 2천명 의대 증원 발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백지화한 다음에야 의료계는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의료계는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영수회담에서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하더라도, 의사들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의료계 안팎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영수회담 "의대증원 협력" 공감했지만…의정갈등 해소는 '난망'
◇ 집단 휴직·사직에 정부 "법률검토"…갈등 고조 양상
의정 갈등의 해소는커녕, 의대 증원의 최종 확정이 다가오면서 의사들은 집단 휴진과 사직 등 투쟁의 강도를 더욱 높이는 모습이다.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대형병원 다섯 곳에 소속된 교수들은 이번 주 일제히 주 1회 휴진을 한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화요일인 이달 30일,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금요일인 내달 3일에 각각 휴진한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진료와 수술이 없는 날을 골라 하루 쉬기로 했다.

각 병원 비대위 수뇌부를 중심으로 사직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인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원을 떠난다고 밝혔으며, 분당서울대병원 소속인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 방재승 신경외과 교수 등 4명도 내달 1일 자로 실질적 사직을 예고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정부는 '법률 검토'에 들어가 이를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정부로서 법적 검토를 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며 교수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법적 대응 가능성을 내비쳤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의대 교수들의 사직은 집단행동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과 의료법 위반,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정부는 의대 교수들에 대한 당장의 법률 조치보다는 '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의협은 이에 대응하듯 법률서비스를 대폭 강화하면서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의협은 다음 달 출범하는 새 집행부에 통상 2명 수준이던 변호사 출신 법제이사를 4명으로 늘렸다.

이는 정부가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의 사직, 진료 축소 등 집단행동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협은 "정부가 교수님들께 동네 양아치 건달이나 할 저질 협박을 다시 입에 담을 경우 발언자와 정부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양측의 대립이 고조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의정 갈등과 의료공백은 당분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의료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영수회담 "의대증원 협력" 공감했지만…의정갈등 해소는 '난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