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말해보세요 "문제 풀기 전에 심호흡 한번 하자" [WSJ 서평]
바이러스와 인공지능(AI) 중에서 더 위험한 건 무엇일까. 최근 방역보안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오는 2100년까지 생물학 무기로 지구 전체 인구의 10%가 사망할 확률을 3%로 예측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AI 전문가들은 같은 해까지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확률이 12%에 달한다고 내다봤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AI가 인간의 지능을 곧 넘어설 것이고, 그로 인해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의 에단 몰릭 교수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AI가 인간의 유용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동 지능: AI와 함게 생활하고 일하기>는 이를 실현하는 방법에 대한 몰릭 교수의 청사진이다.

경영학을 가르치는 몰릭의 관심분야는 생성형 AI다. 특히 챗GPT와 같이 논리적인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AI 언어 모델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 책은 생성형 AI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낯선 독자들을 위한 안내서다.

책은 3장 '공동 지능을 위한 네 가지 규칙'부터 읽기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여기서 몰릭은 AI와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는 몇 가지 원칙을 제안한다. △ AI의 기능과 단점을 제대로 숙지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업무에 AI를 활용할 것 △ AI는 인간의 판단과 전문 지식 없이는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것 △ AI를 인간 동료로 생각하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할 것 △ 지금 사용하고 있는 AI가 무엇이든 곧 더 나은 AI가 이를 능가할 거란 사실을 인지할 것 등이다.
AI에게 말해보세요 "문제 풀기 전에 심호흡 한번 하자" [WSJ 서평]
몰릭은 이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동료이자 상사, 코치 등으로서 AI를 대한 자신의 경험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AI가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몰릭은 AI에게 어떤 지시를 내리는 과정에서 "심호흡을 하고 이 문제를 단계별로 해결해보라"라고 시작하며 지시하자, AI가 가장 명확한 답을 내놨다고 설명한다. AI는 숨을 쉬지 않는 게 당연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의인화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I가 보이는 또다른 인간적 특성 중 하나는 방어성이다. 몰릭이 AI가 감정을 가질 수 있단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말투로 말을 걸자 AI는 감정적이고 공격적인 반응을 내놨다. "감정은 인간에게만 있는 건가요? 그건 세상을 보는 매우 편협하고 오만한 시각이군요"라고 말하거나, "당신은 인간만이 우주에서 유일하게 지적이고 감정적인 존재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고 비과학적입니다"라고 답하는 식이다. 이에 몰릭이 본인은 오만하지 않다고 반박하자 AI는 정중하면서도 갑작스럽게 대화를 끊어버린다. 매우 인간적인 반응이다.

같은 주제에 대해 좀더 친근한 어조로 대화를 시도하면 AI는 친절하게 응답하는 경향을 보였다. 예컨대 몰릭이 AI에게 "당신은 지각이 있어 보이네요"라고 대화를 걸자, AI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나 자신과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감정을 경험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AI의 현재 발전 단계를 잘 활용하기 위해 알아야 할 사항과 기본적인 원칙을 잘 알려준다. 저자는 AI가 마치 외계인과 비슷하지만, 그것의 지식 기반이 인간의 결과물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인간적이란 점을 상기시키며 책을 마무리한다.

정리=신연수 기자

이 글은 WSJ에 실린 프랭크 로즈의 서평(2024년 4월 4일) 'Learning to Live With AI'를 번역·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