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지구 곳곳을 렌즈로 담아낸 사진가들의 고해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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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아트센터 갤러리 신당 재개관전
컨페션 투 디 어스(Confession to the Earth)
컨페션 투 디 어스(Confession to the Earth)


그렇다면 이 사진 한 장을 보면 어떨까. 여기 ‘강제 퇴거’라는 이름이 붙은 디오라마(배경에 하나의 장면을 더 만드는 배치) 형식의 작품이 걸렸다. 전통복식을 한 나이 든 몽골인 둘이 초원이 그려진 배경판 앞에 서서 현대적인 옷을 입은 한 가족을 안쓰럽게 바라본다. 가족이 있는 자리엔 온통 모래뿐이다.
이들이 발을 딛고 선 장소는 몽골 초원이다. 다만 나이 든 이들의 초원은 되찾을 수 없는 과거의 초록 우거진 곳이고, 젊은이들의 초원은 사막화로 생기를 잃은 땅이란 차이가 있을 뿐이다. 14.98℃란 수치보다 기후위기가 명징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작품을 찍은 사진가 이대성은 이를 “인간의 손이 빚은 비극적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한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석재현 예술감독은 “사진 매체가 가진 기록성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확장하고, 환경문제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기획”이라고 했다. “현재의 지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안타깝고 치열한 고백”이라고 전시를 설명한 그는 “오늘의 작은 고백이 푸른 별 지구에서 다시 살아가기 위한 커다란 희망의 고백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영국 사진가 맨디 바커의 사진도 묘하다. 플라스틱 잔해들이 전 세계 바다를 떠다니는 사진들이 과소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1992년 ‘에버그린 에버 로렐’호에서 바다로 떨어진 2만8800개의 거북이 장난감이 16년간 북태평양 환류를 떠돌며 진짜 바다거북을 내몬 ‘SOUP Turtle’ 등 사진이 마치 우주 속 풍경 같다. 대표적인 해양 쓰레기인 낡은 축구공들을 찍은 사진 앞엔 작가가 강원도 속초 앞바다에서 발견한 쓰레기 축구공이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