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지지·연대"…美작가들, 문학상 후보 지명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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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의 작가와 번역가 31명은 국제 문인 단체 '펜'(PEN) 미국 지부인 '펜 아메리카'가 가자지구 폭격에 대한 '미국의 공모'를 비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단체가 수여하는 문학상 후보 지명을 거부했다.
특히 상금 7만5천 달러(약 1억 원)가 주어지는 '펜-장 스타인 문학상' 최종 후보자로 지명된 작가 10명 가운데 카몽느 펠릭스, 캐서린 레이시, 조지프 얼 토머스 등 9명은 자신들의 작품을 수상 후보 검토 목록에서 철회했다.
펜-장 스타인 문학상은 장르에 상관 없이 독창성과 사회적 영향력을 인정받은 작품을 낸 작가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후보 지명을 거부한 작가 중 21명과 또 다른 작가 9명 등 30명은 펜 아메리카가 다른 국가의 펜 지부와 달리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정부의 행보를 비판한 적 없다면서 펜 아메리카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잉글랜드 펜은 아일랜드 펜, 웨일스 펜 등과 함께 영국 정부의 이스라엘을 향한 무비판적 지원을 비판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와 관련된 조사를 촉구했고,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준수하도록 정치적 압력을 가할 것을 요구했다"며 "반면 펜 아메리카는 가자지구 폭격에 대한 미국의 공모를 비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작가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펜 아메리카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회고록 '난산증'(Dyscalculia)을 쓴 작가 펠릭스는 엑스(X·옛 트위터)에 "펜의 지속적 정상화와 제노사이드 거부에 대한 항의에 연대하기 위해 후보 명단에서 제외해줄 것을 (펜 아메리카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펜 아메리카는 이전부터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한 미온적 태도로 일부 작가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지난해 10월 개전 직후 전 세계 펜 지부 약 50곳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성명에 서명했으나 펜 아메리카는 지난달 20일이 돼서야 이에 동참했다.
펜-장 스타인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작가 알레한드로 바렐라는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데 5개월을 기다리는 단체를 지지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펜 아메리카는 성명을 내고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끔찍하다"면서도 "그러나 그 고통스러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답이 작가들의 기여를 덜 조명하는 데 있지는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펜-장 스타인 문학상 후보자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최종 후보자 발표를 잠시 중단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올해 시상식은 원래 이달 29일 미국 맨해튼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펜'은 전 세계 문인 간 협력과 표현의 자유를 지원하기 위해 1921년 영국에서 설립됐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100여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미국 지부인 펜 아메리카는 1922년 설립됐으며 토머스 만, 존 스타인벡, 살만 루슈디, 토니 모리슨, 아서 밀러, 치누아 아체베, 필립 로스, 수전 손택 등이 주요 회원으로 활동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