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병행전시 30건 중 유영국·이성자·이배 개인전 등 포함
광주비엔날레 30주년 특별전·1986년 베네치아비엔날레 첫 한국작가 고영훈 작품도

세계 최대의 현대미술축제인 베네치아(베니스)비엔날레 기간 베네치아 곳곳에서는 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몰려든 전세계 미술인들을 겨냥해 여러 미술 전시가 열린다.

수많은 전시 중에는 베네치아비엔날레를 주관하는 베네치아비엔날레 재단이 공인한 병행전시도 30건 포함됐다.

심사를 통해 선정되는 병행 전시는 비엔날레 로고를 사용할 수 있고 수많은 전시 중에 좀 더 특별한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올해 공식 병행 전시 중에는 한국 관련 전시도 4건 포함돼 역대 가장 많은 한국 작가를 소개한다.

韓 1세대 추상회화·실험미술…베네치아비엔날레가 공인한 K아트
'한국 1세대 모더니스트'이자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유영국(1916∼2002) 전시는 이번 병행전시가 유럽에서 처음 열리는 개인전이다.

유명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카를로 스칼파가 리모델링한 퀘리아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에서 열리는 전시는 김인혜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가 기획해 유영국의 소품부터 최전성기로 평가되는 1960∼1970년대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3개층 전시장 중 1층 도서관의 고풍스러운 라운지 공간에는 현존하는 유영국의 가장 오래된 유화(1940년) 등 소품 유화와 도자기 유품들이 전시됐다.

마리오 보타가 리모델링한 화이트 큐브 형태의 3층 전시장에서는 1960∼1970년대 유화 작품 22점이 전시됐다.

'이건희 컬렉션' 2점과 방탄소년단(BTS) RM의 소장품,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마지막으로 그린 작품 등도 3층에서 볼 수 있다.

김인혜 큐레이터는 "유영국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1960년대∼1970년대로 보고 그 시기 작품 중 공간과 조응할 수 있는 작품들을 골랐다"고 소개했다.

해외 미술 전문지의 호평도 이어졌다.

아트뉴스는 병행전시 중 꼭 봐야 할 전시 10개 중 하나로 유영국 개인전을 꼽으며 "유영국의 추상화는 대조적인 색면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고 평했다.

韓 1세대 추상회화·실험미술…베네치아비엔날레가 공인한 K아트
'숯의 작가' 이배의 개인전은 빌모트재단 건물에서 개막했다.

전시는 작가의 고향인 경북 청도의 정월대보름 풍습인 '달집 태우기'를 모티브로 했다.

주전시장으로 가는 어두컴컴한 복도에서는 '달집 태우기' 과정을 담은 영상 작업 '버닝'이 관객들을 맞는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2월 정월대보름에 세계 각지에서 보내온 새해 소원을 모아 한지에 적고 이를 달집에 묶어 태우고 이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환한 주전시장에 들어서면 절단된 숯을 타일처럼 배열한 대형 설치작 '불로부터'를 만나게 된다.

전시장 바닥과 벽면에는 작가의 힘찬 '붓질'이 지나가고 '붓질' 옆에는 20t 무게의 검은 화강암을 깎아 세운 '먹'이 우두커니 서 있다.

전시는 베네치아의 운하로 이어지는 건물의 뜰로 이어진다.

뜰 위에 세운 임시 구조물의 유리 천장에 붙인 노란색 필름을 통과해 들어온 빛이 비현실적인 느낌의 공간을 만든다.

청도의 달집 태우기로 시작해 청도의 대보름달 빛으로 끝나는 전시다.

韓 1세대 추상회화·실험미술…베네치아비엔날레가 공인한 K아트
유영국과 함께 또 다른 추상미술 1세대 작가인 이성자(1918∼2009)의 개인전도 병행 전시로 개막했다.

바르토메우 마리-리바스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전시를 기획해 작가가 활동했던 프랑스와 한국을 제외한 첫 해외 개인전으로, '추상'·'여성과 대지'·'중복', '음과 양, 초월',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우주' 연작 등 1959년 초기작부터 2008년 후기작까지 20여점을 전시한다.

마리 전 관장은 "전시작들은 크지는 않지만 작가의 작업 중 가장 주요한 순간들을 다 담고 있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1995년 창설돼 내년에 30주년을 맞는 아시아의 대표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도 베네치아비엔날레 기간 광주비엔날레 30년 역사를 아카이브로 돌아보고 홍보하는 '마당'전을 열고 있다.

韓 1세대 추상회화·실험미술…베네치아비엔날레가 공인한 K아트
병행전시는 아니지만 1986년 한국 작가로는 하동철과 함께 처음 베네치아비엔날레에 참여했던 고영훈(72) 작가는 4인 단체전을 통해 38년 만에 다시 베네치아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 이승택(92)도 미국 작가 제임스 바이어스(1932∼1977)와 함께 2인전을 열고 있다.

1932년생으로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비물질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형식과 개념을 아우르며 특정 사조에 얽매이는 것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두 작가를 조명하는 전시다.

베네치아의 팔라초 카보토에서 2015년 김민정을 시작으로 이승택, 이강소, 이건용을 매 베네치아비엔날레 기간 소개해 온 갤러리 현대는 올해도 같은 곳에서 신성희(1948∼2009) 개인전을 열어 '박음 회화' 연작과 '엮음 회화' 연작을 소개하고 있다.

韓 1세대 추상회화·실험미술…베네치아비엔날레가 공인한 K아트
18일(현지시간) 베네치아의 산 자코모섬에서는 안무가 안은미가 '핑키핑키 굿' 공연을 진행했다.

한센병 환자들의 섬이었고 나폴레옹의 군사 기지로 쓰이는 등 사연 많은 섬에서 관객들과 함께 '굿판'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5년 만에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서현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이 공연은 삼성문화재단이 기술 후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