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연구·개발 중 진로 변경…과학·농업 융합에서 비전 발견
청년농부사관학교 동기들과 '될농' 설립…프리미엄 딸기 연간 3만주 생산
[2024 와이팜 엑스포] ⑦ 공학도서 스마트팜 딸기 재배 이건희씨
경남 거창군에서 스마트팜 '될농'을 운영 중인 이건희(32) 씨는 애초 농업과 거리가 먼 공학도였다.

경기도의 한 대학교 대학원에 다니며 정보통신과 빅데이터를 전공하던 그는 어느 날 담당 교수가 농업과 정보통신을 융합하는 연구·개발 과제를 받아온 게 진로 변화의 계기가 됐다.

연합뉴스와 농협중앙회가 19일부터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 전시홀에서 공동 주최하는 스마트귀농귀촌 청년창업박람회 '2024 와이팜 엑스포(Y-FARM EXPO)'에서 '청년농업인대상'을 받은 이씨의 귀농은 이런 진로 변화를 시작으로 행동에 옮기게 된다.

그는 과제를 수행하며 스마트팜을 접하게 된 그는 자신이 배우는 기술이 농업과 융합할 수 있음을 알게 됐고, 정밀하고 과학적 농업에서 비전을 발견해 창농을 결심하게 됐다.

이후 농협중앙회 청년농부사관학교에서 6기 교육을 받으며 주말에는 전국 선진지 농장을 견학하며 농업 데이터를 구축했다.

문제는 어떤 작물을 기르냐였다.

고민 끝에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으면서 동시에 스마트팜 시스템 구축이 용이한 하우스 재배가 가능한 딸기를 기르기로 정했다.

대구 출신인 그는 딸기 주산지에 귀농 정책이 잘 갖춰졌고 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한 거창에 자리 잡기로 했다.

결심을 굳힌 이씨는 2021년 6월께 청년농부사관학교에서 만난 동기 2명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했다.

농업 경험이 없었던 그는 무작정 딸기 농사를 시작하기보다 몇 개월 동안 지역 농가에서 일손을 거들며 관련 경험을 쌓았다.

개인적 인연이 아무것도 없던 터라 처음에는 마을 주민들이 텃세 아닌 텃세를 부리기도 했다.

[2024 와이팜 엑스포] ⑦ 공학도서 스마트팜 딸기 재배 이건희씨
그러나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먼저 마을 주민들에게 다가가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전공을 활용한 드론 방제 등을 돕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자 주민들 마음의 벽도 점차 허물어졌다.

이 정도면 준비가 됐다고 판단한 이씨는 거창군에서 제공한 임대 농장 1천200평(약 3천966㎡) 부지에서 본격적으로 딸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군에서 부지와 시설 등을 임대한 터라 사실상 투자금을 거의 한 푼도 들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씨의 스마트팜은 온도, 습도, 광량 등을 정밀하게 제어하며 딸기 품종 설향 2만5천주, 금실 5천주 등 고품질 프리미엄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

영농일지와 스마트팜 데이터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생육 관리를 하고 이를 통해 작물의 생육 상태와 수확량 등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고품질 딸기 생산을 위해 개당 30g 이상의 딸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인공지능(AI) 데이터 현대화를 위해 농장 내 데이터도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귀농·귀촌인 실습 농장 지정, 딸기농장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22년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아 농산물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받으며 직접 딸기 육묘를 실시해 모종 품질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SNS 등 다양한 홍보 및 판매 창구를 마련하고 농장의 상표 가치를 높였다.

이런 노력 끝에 현재 생산 중인 딸기는 농협 공판장 50%, 지역 하나로마트 내 로컬푸드 매장 30%, 농협몰·네이버 해피빈 펀딩 20% 등 다양한 판로를 확보한 상태다.

[2024 와이팜 엑스포] ⑦ 공학도서 스마트팜 딸기 재배 이건희씨
특히 올해에는 네이버 해피빈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딸기 전량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농촌 학교 방과 후 교사 활동으로 지역 청소년들에게 주기적 진로 상담을 하거나 딸기 정기 후원, 전국 청년 커뮤니티 행사를 개최 등 지역사회 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아울러 지역 내 청년 정책네트워크 위원으로 청년정책 발의 및 개선에 힘쓰며 고령화가 가속하는 농촌 지역 변화도 주도하고 있다.

지역 내 청년 디자인단으로 활동하며 청년창업센터 및 청년주택 건립에 대한 청년 의견을 대변하고 지역 정착에 지원이 필요한 초기 귀농 귀촌인들에게 기술·정보·사회 관계망을 제공하고 있다.

또 지역 내 청년 농업인 단체 '덕유산고라니들'을 설립해 농가 소득 증대 및 네트워킹에도 힘쓰고 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 스마트농업 현장 활용 경진대회 입선, 2023년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우수사례 농정원장상, 2023년 A Farm Show 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최우수·농림부장관상장 등 각종 상도 휩쓸었다.

향후엔 2천400평(약 7천933㎡)에 달하는 농지를 추가 매입해 첨단 육묘농장과 전문 체험농장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처럼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이씨는 현재 운영 중인 농장은 물론 지역사회 전체의 농업 발전을 꿈꾸고 있다.

이씨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을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데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팜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며 "지역에 새로운 청년들이 유입되고 그들이 필요한 도움을 제공해 잘 정착하게끔 하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고령화한 농촌 마을이나 지역에서 청년이 할 역할이 농업 외에도 많다"며 "각 면 단위에 있는 청년들과 협력해 우리가 살 고장에서 어떤 사회적 일을 할지 고민하고 사업 구상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24 와이팜 엑스포] ⑦ 공학도서 스마트팜 딸기 재배 이건희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