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플렉스·돔, '소통·개방으로 혁신' 끌어내는 건물 설계
테크로링, 아시아 최대규모 트랙…"다양한 주행상황 반복재현으로 성능 높인다"
[르포] 테크노플렉스·돔·링…한국타이어 전략·기술·실증을 이끈다
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차로 약 10분 떨어진 곳에 은빛 원반 모양의 지붕을 얹은 웅장한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연구개발(R&D) 인프라의 핵심 '한국테크노돔'이었다.

미확인 비행물체(UFO)처럼 보이는 테크노돔은 2016년에 지어졌다.

'하이테크 건축의 대가'로 불리는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가 설계한 국내 첫 건물이기도 하다.

[르포] 테크노플렉스·돔·링…한국타이어 전략·기술·실증을 이끈다
통상 기업 연구소는 '철통 보안'이 요구되는데, 이곳은 개방된 커뮤니티 공간과도 같았다.

중앙광장(아레나)을 중심으로 4층의 유리 천장까지 시원하게 뚫린 구조가 개방감을 더했다.

1층의 고속마찰·차량특성 시험실, 핵자기공명 분석실 등은 유리벽으로 구분돼 있어 복도에서도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복도의 난간은 연구원들이 편하게 기대고 서서 대화할 수 있도록 두껍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하에는 식당과 피트니스센터, 도서관 등 교류를 위한 다양한 공간이 마련됐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테크노돔은 연구원들이 서로 최대한 마주치며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특징"이라며 "연구원들이 자연스럽게 얘기하며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르포] 테크노플렉스·돔·링…한국타이어 전략·기술·실증을 이끈다
테크노돔은 아레나를 둘러싼 10개의 개별 건물이 한 지붕 아래 묶인 '원 컴퍼니' 콘셉트로 지어졌다.

서로 다른 연구를 하지만, 하나의 기업 안에서 힘을 합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8년간 테크노돔에서의 소통과 협력은 한국타이어의 R&D 혁신으로 이어졌다는 게 한국타이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국타이어 교체용 타이어(RE) 개발담당 길기종 상무는 "테크노돔이 마련된 이후 다 같이 소통하는 조직문화가 생겨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미래를 준비하는 사업에도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에는 경기 성남시 판교에 한국타이어의 '글로벌 컨트롤타워'인 본사 테크노플렉스가 들어섰다.

역시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가 설계를 맡았다.

[르포] 테크노플렉스·돔·링…한국타이어 전략·기술·실증을 이끈다
이곳에서도 한국타이어의 '소통과 개방'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겉보기에는 박스 형태의 특별해 보이지 않는 사무용 건물이었지만, 내부는 사뭇 달랐다.

중앙의 아트리움(정원)을 중심으로 1층 로비부터 최고층인 10층까지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직원들의 소통을 끌어내는 동시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한국타이어 직원의 안내로 7층 사무 공간을 찾았다.

수백명의 직원이 일하는 이곳에서는 높은 칸막이와 벽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능적 자연 차광 시스템'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공간을 채웠다.

테크노플렉스에서 근무하는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유기적인 소통이라는 가치관을 설계에 크게 반영했다"며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는 매일 원하는 자리에 앉아 근무할 수 있는 자율좌석제를 도입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르포] 테크노플렉스·돔·링…한국타이어 전략·기술·실증을 이끈다
테크노플렉스가 전략을, 테크노돔이 기술혁신을 그려낸다면 이를 실험하고 증명하는 곳이 한국테크로링이다.

지난 2022년 5월 문을 연 한국테크노링은 충남 태안의 서해가 보이는 곳에 축구장 약 125개 크기인 126만㎡ 부지에 자리했다.

총 13개의 트랙을 갖춘 아시아 최대 규모의 테스트 트랙이다.

트랙은 2022년 9월 개장한 현대차그룹의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지난 17일 찾은 한국테크로링에서는 포르쉐의 전기 슈퍼카 '타이칸 터보S'에 탑승해 한국타이어의 전기차 전용 고성능 타이어 '아이온 에보'의 성능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전문 인스트럭터와 함께 탑승한 타이칸 터보S는 테크노링의 '시그니처 코스'인 고속주회로(HSO)에 진입해 속도를 올렸다.

260㎞/h에 가까운 질주에도 주변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갈 뿐 귀를 찢는 듯한 소음은 없었다.

100㎞/h 넘는 속도로 곡선 구간을 통과할 때도 큰 쏠림은 없었다.

지난해 국내에 선보인 아이온 에보는 한국타이어 기존 제품보다 코너링 강성을 최대 10% 높였지만, 실내 소음은 최대 18% 줄였다.

고기현 테크노링 운영팀장은 "테크노링은 시내와 오프로드를 넘나드는 다양한 주행 상황에 대한 반복 재현을 통해 안전과 성능을 위한 주행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곳"이라며 "과거 다른 주행시험장에서 나눠 평가했을 때보다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