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
조사 자료·문헌 등 432점 한자리에…"방언 다양성·가치 주목"
방방곡곡 특색 있는 정겨운 우리말…'말맛' 살리는 사투리
"처음 사근역에 부임했을 때 아전이나 종의 말을 듣고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신라 방언'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 ('청장관전서' 중)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1741∼1793)는 지방관으로 일하던 시절 꽤 고생했다.

경상도 함양의 사근역을 중심으로 한 사근도 찰방으로 부임한 그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일이 잇따르자 '신라 방언'을 배웠고, 이후 백성과 만나 조금씩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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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도구이자 우리 말과 글의 '맛'을 살려주는 언어적 자산인 방언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한글박물관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를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인다고 18일 밝혔다.

지역 방언의 개념과 의미, 다양성 등을 보여주는 자료 294건 432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는 사람들이 표준어와 방언을 어떻게 여겨왔는지 짚으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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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0년에 편찬된 일본어 학습서인 '인어대방'(隣語大方)은 "말을 배홀지라도 셔울 사람의게 배호게 하옵소"(말을 배우더라도 서울 사람에게 배우게 하십시오)라는 문장을 통해 표준어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제2차 교육과정 시기인 1966년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는 "외국에서는 자기 나라 표준말을 못 쓰는 사람은 교육을 못 받은 사람이라고 천대까지 받는다더라"고 돼 있어 눈길을 끈다.

전시에서는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표현과 말을 볼 수 있는 자료를 여럿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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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에서 동학농민군으로 활동하다 수감된 한달문(1859∼1895)이 어머니에게 쓴 한글 편지, 국어학자 이극로(1893∼1978)가 조카에게 쓴 한글 편지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시와 소설 등 문학 작품에 담긴 다양한 방언 표현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전남 강진에서 태어난 시인 김영랑(1903∼1950)은 1949년 쓴 시 '연'에서 '아스라하다' 또는 '까마득하다'는 의미를 가진 전라도 방언인 '아슨풀하다'를 활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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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동인(1900∼1951)의 '감자'에 나오는 문장인 "아즈바니. 오늘은 얼마나 벌었소? 한 댓 냥 꿰 주소고레"에는 작가의 고향인 평안도 방언이 담겨 있다.

전시는 지역 방언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노력도 비중 있게 다룬다.

1980년에 한 '한국방언조사' 질문지부터 방언 연구자들이 사용한 카세트테이프, 조사 노트, 가방, 녹음기 등 방언을 캐고 모은 자취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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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관계자는 "방언을 모으고 한글로 남겨두는 것 자체가 언어문화를 보전하는 일"이라며 "방언의 다양성과 가치, 한글의 힘을 발견하고 우리 말글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전시"라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 토박이회, 제주 구좌읍 평대리 해녀들을 만나 조사한 내용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말은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문화 콘텐츠"라며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외국인에게도 한국 구석구석을 보고 듣고 만나는 풍성한 전시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10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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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