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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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계가 보유한 현금·예금 자산이 역대 최대 규모인 2400조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금융자산의 46.3%를 차지한다. 개인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다 보니 금융 자산의 절반가량을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저금리 상품에 담아둔다는 얘기다. 이런 자금이 매년 100조원 이상씩 늘고 있다. 가계 자산 증식을 위해 이 여윳돈을 증시나 금융상품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은행 자금순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가계·비영리단체의 현금·예금 잔액은 2424조580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에 비해 134조1814억원 늘었다. 전체 금융자산(5233조5128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3%였다. 반면 주식·펀드(1141조3619억원) 비중은 21.8%에 그쳤다.

미국은 현금·예금이 14.9%에 불과하고 주식·펀드 비중은 49.1%에 달했다. 우리도 미국처럼 자산을 배분했더라면 가구당 매년 300만원의 추가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됐다. 최근 10년간 가계 금융 자산 자료와 증시 평균 수익률(연 5%·배당액 포함), 저축성 수신금리 평균(연 1.9%)을 적용해 수익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돼 지수가 추가 상승했을 가능성을 감안하면 실제 이익 창출 기회는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가계가 여유 자금을 과도하게 금고에 묻어두면서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고, 청년층의 자산 증식이 상대적으로 더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규성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선임연구원은 “가계 자산이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으로 더 많이 이동하면 부동산 자산 비중이 낮은 2040세대의 소득 증대 효과가 더 커지고 장기적으로 저출산과 노인 빈곤 문제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