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 석좌교수(앞줄 왼쪽 세 번째)가 18일 서울 청량리동 수림문화재단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 2차 회의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강경주 기자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 석좌교수(앞줄 왼쪽 세 번째)가 18일 서울 청량리동 수림문화재단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 2차 회의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강경주 기자
“학생들을 뛰어난 연구자로 키우려면 정부의 안정적인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 석좌교수는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고등과학원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에서 개최한 이공계 활성화 대책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우수 인재의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응하고자 교육부와 TF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허 교수는 “최근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 순위를 접했는데, 제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 직업들은 높은 순위권에 없었다”며 “학문적으로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일인데, 인위적으로 그러한 즐거움을 떨어뜨리는 압력을 주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에둘러 안타까움을 표한 것.

허 교수는 2022년 7월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했다. 필즈상은 4년마다 만 40세 미만 수학자 최대 4명에게 수여하는 수학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필즈상 126년 역사에서 한국계 수학자가 수상한 것은 허 교수가 최초다. 허 교수는 대수기하학을 활용해 조합론의 오랜 난제들을 해결하고 대수기하학의 새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았다. 연구 업적은 정보통신, 반도체 설계, 교통, 물류, 기계학습, 통계물리 등 응용 분야 발달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에서 태어나 두 살 무렵 한국으로 넘어온 허 교수는 초·중·고교는 물론 국내에서 학·석사 학위 과정을 마쳤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및 물리천문학부 복수 전공, 서울대 수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국내 입시 위주 수학에 어려움을 느끼다 학부생 말기에서야 연구에 도전한 ‘늦깎이 천재’다. 속도는 더뎠지만, 자신만의 방향으로 꾸준히 걸어 필즈상을 거머쥐었다.

허 교수는 “어떤 학자도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연구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며 “많은 이공계 학생이 연구의 본질인 즐거움과 발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시스템을 어른들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선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장인 김빛내리 서울대 석좌교수도 참석했다. 김 교수는 “많은 연구실이 예산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삭감이 정부의 정책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이공계 안정성에 악영향을 준다”고 했다. 그는 “연구비가 깎였는데 연구원을 내보내지 않고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무슨 실험부터 중단해야 하나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예산이 복구된다고 하는데, 시스템과 신뢰 손상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부에서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 팀장인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은 “청년이 과학기술인의 꿈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