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이탈이 두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헤매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경남 김해에선 60대 가슴 통증 환자가 6개 병원에서 응급실 이전을 거부당한 뒤 부산의 한 병원에 옮겨졌으나 수술을 기다리다가 사망했다. 부산의 50대 환자는 급성 대동맥박리 진단에도 병원 10곳 이상에서 수용을 거부당한 끝에 목숨을 잃었다. 충북 보은에선 도랑에 빠진 33개월 아이가 11개 대형병원에서 전원을 거부해 숨졌고, 충북 충주에선 전신주에 깔린 70대 여성이 병원을 돌다 사망했다.

이런 비극이 전공의 집단사직의 후폭풍인지는 따져봐야겠지만,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정부와 의사 모두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의사들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정부는 복귀명령에 응하지 않은 전공의 처벌을 유예하고 핵심 쟁점인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서도 ‘2000명 증원’을 고수하지 않고 유연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여전히 ‘증원 백지화’만 되풀이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올해 의대 증원을 멈추고 의사가 과반인 의사수 추계위원회를 꾸려 증원 규모를 정하자고 주장하는데, 사실상 정원을 늘리지 말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전공의들은 복귀 조건으로 의대 증원 철회 외에 군 복무기간 단축,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파업권 보장, 보건복지부 차관 경질 등을 내걸었다. 자신들의 이익만 앞세운 이기적 요구이자, 정부에 ‘백기투항’하라는 요구다. 정부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국민 여론에도 맞지 않는다. 의사들이 혹시 집권 여당의 총선 패배로 의대 증원 동력이 떨어졌다고 보고 버티기에 나선 것이라면 오산이다. 대다수 국민은 의대 증원에 찬성하고 있다. 게다가 5월 말에는 내년도 대학 신입생 수시모집 요강이 확정된다. 이때까지 의정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 발표대로 2000명 증원이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은 의사들 편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