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 반대 시위…야당·시민들 "EU 가입에 방해될 것" 비판
언론·NGO 탄압 논란에도 쟁점법안 강행 조지아…EU "매우 우려"
흑해 연안국 조지아 의회에서 언론과 비정부기구(NGO)를 탄압할 수 있다는 이유로 논란이 된 법안이 1차 관문을 통과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AP·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조지아 의회는 해외 자금 지원을 받는 언론과 비정부기구(NGO) 등을 '외국대행기관'으로 등록하도록 하는 이른바 '외국대행기관법안'을 1차 독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외국으로부터 자금의 20%를 받는 단체의 경우 '외국대행기관'으로 등록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로, 야당과 시민들은 법안이 언론과 NGO를 탄압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해왔다.

1차 독회 표결에서 야당 의원들이 보이콧했지만, 전체 의원 150명 중 여당 의원 83명이 찬성표를 던져 법안이 통과됐다.

1차 표결이 이뤄지는 가운데 시민 수천 명이 의회 밖에 모여 이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야당과 시민들은 이 법안을 "러시아 법"이라고 부르며 조지아의 숙원인 유럽연합(EU) 가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이 법안은 러시아가 2012년 제정한 법률을 모델로 하고 있다.

러시아는 당시 정치 활동에 참여하면서 해외에서 자금 지원을 받는 단체를 외국대행기관으로 등록하고 엄격한 규정과 제한을 준수하도록 하는 '외국기관대행법'을 채택했다.

이후 해당 법률은 지난 10여년 동안 러시아 시민사회와 자유 언론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야당 의원인 알레크산드레 엘리사슈빌리는 이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해 "반역자들"이라고 비난하며 조지아의 나머지 국민이 "국가 권력은 반역자 정부가 아니라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아의 시민단체 차프차바지스 센터의 자자 비빌라슈빌리스는 이 법안이 조지아를 "러시아의 영향력 안에 놓고 유럽과 거리를 두는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EU도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EU는 1차 표결 직후 성명을 통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며 이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조지아가 EU로 가는 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 법은 EU의 핵심 규범과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제안된 법안은 시민사회와 언론 단체의 자유로운 활동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며 조지아 시민에게 혜택을 주는 단체에 부당하게 낙인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안이 확정되려면 의회에서 3차 독회 표결까지 통과해야 한다.

3차 표결을 통과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여당이 76표만 모으면 이 거부권을 무산시킬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