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십억 들인 네이버 증권 '매매 연결', 무기한 연기
네이버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웹트레이딩서비스(WTS) 간편연결 서비스 출시가 무기한 연기됐다. 금융감독원이 돌연 "공적 책임을 다하라"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증권 페이지에서 개인 투자자가 주식 매매를 할 수 있도록 증권사 WTS를 연동하는 '간편연결' 서비스를 지난해 말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현재 사실상 올스톱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네이버만은 '예외'라며 서비스 출시를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해당 서비스는 네이버 이용자가 증권 시황을 확인하다가 '간편연결'을 누르면 특정 증권사에서 주식 종목을 거래할 수 있는 화면으로 이동하는 구조다. 미래에셋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참여를 확정하고, 지난해 말 수십억여 원을 들여 네이버 증권 페이지와 연동하는 WTS 개발을 완료했다.

이미 국내에는 비슷한 서비스가 도입돼 있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증권플러스는 11개 증권사가 입점해 있다. 이마토의 증권통 역시 7개 증권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이들 업체의 월간 거래량은 각각 20만건, 2만5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마케팅 및 광고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구조도 네이버파이낸셜과 비슷하다. 토스증권 역시 2분기 중 WTS를 선보일 정도로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인허가가 필요한 서비스가 아님에도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부터 서비스 출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과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시스템 장애시 책임 소재, 불공정 거래 등 우려 요인을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한 페이지에서 모든 서비스가 이뤄지는 타사와 다르게 증권사의 WTS로 사이트를 이동하는 '아웃링크'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 시스템 장애 당시 이용자가 접속해 있는 사이트에서 배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서비스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전달 받았다.

다만 지난 3월 자본시장 및 회계를 총괄하는 고위 관계자가 직접 나서 "네이버가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공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강구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비스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보완하라는 지시도 없이 공적 책임을 다하라고만 하니 돈만 줄줄 새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과 증권사의 주도권 다툼이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은 다수의 중소형 증권사는 개발비, 유지비 등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투자자 유입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