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도로 지형 지금도 동일…아내 살해 동기 없어"
피고인 숨진 '진도저수지 살인' 재심…21년 만에 현장검증
피고인 사망 후 시작된 '진도저수지 살인' 재심 재판에서 사건 발생 21년 만에 법원의 현장검증이 이뤄진다.

17일 오전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박현수 재판장) 심리로 열린 재심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사건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 측 공소 사실처럼 차량을 조향해야만 추락하는지, 도로 방향으로 조향을 해도 차량이 추락할 수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며 현장검증을 제안했다.

박 변호사는 "도로의 지형, 주변 형상 등 현장은 지금까지도 큰 변화 없이 동일하다"며 "현장 검증에 필요한 차량도 최대한 유사한 제원의 차종으로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경찰의 현장검증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에 법원의 현장검증이 필요하다"며 "기존 현장검증의 오류를 지적한 전문가 감정 내용은 이번 재심 결정의 결정적인 사유 가운데 하나였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박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현장검증은 오는 6월 3일 오후 4시부터 사건이 발생했던 전남 진도군 의신면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 일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재심 공판이 시작된 '진도저수지 살인'은 2003년 7월 9일 오후 8시 39분께 1t 화물차를 고의로 저수지로 추락시켜 조수석에 탄 아내(당시 45세)를 숨지게 한 혐의로 남편 장모(66)씨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검찰은 장씨가 8억8천만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했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장씨는 박 변호사와 전직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올해 1월 대법원으로부터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아냈지만, 해남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이달 2일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박 변호사는 장씨의 궐석으로 열린 재심 첫 공판에서 "보험은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다니며 장사를 했던 피고인이 교통사고에 대비해 들었고, 간통 문제를 겪었던 부부 관계는 원만한 합의로 회복한 상태였다.

범행 동기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차량 인양 참여인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된 다음 공판은 내달 22일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