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장 '친정' 인선에 논란…지명자 자진사퇴로 사태 진화 모색
'낙하산 논란' EU중소기업 특사 사임…유럽의회까지 인선 보류
'낙하산' 논란이 불거진 유럽연합(EU) 중소기업 신임 특사가 부임 하루 전인 15일(현지시간) 자진 사퇴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저녁 입장문을 내고 "마르쿠스 피퍼가 16일부터로 예정됐던 중소기업 특사 보직을 맡지 않기로 한 결정을 존중한다"며 자진 사퇴 사실을 알렸다.

집행위는 또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중소기업 특사 재임명 절차를 유럽의회 선거 이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다만 "피퍼는 중소기업 분야 전문가로 입증됐으며 여러 단계에 걸친 인선 절차를 통과했다.

고위직 인선을 위한 EU 기관의 자율성은 존중돼야 한다"면서 끝까지 임명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발표는 지난 1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친정인 독일 기독민주당(CDU) 소속 피퍼 의원을 중소기업 특사로 임명한 지 약 석 달 만에 나왔다.

피퍼 의원은 CDU는 물론, CDU가 속한 유럽의회 정치그룹인 유럽국민당(EPP)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월급 1만7천 유로(약 2천500만원)에 달하는 EU 집행위 핵심 보직인 특사 자리에 피퍼 의원을 임명하자 이해 상충 논란이 불거졌다.

인선 과정에서 최종 후보 명단에 피퍼 의원보다 더 적임으로 평가받은 체코, 스웨덴 출신 지원자가 있었던 데다 중소기업 특사의 직속상관 격인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장의 의사가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시기상으로도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연임 도전을 위한 당의 지지가 필요했던 때여서 논란이 고조됐다.

브르통 집행위원을 비롯한 일부 현직 집행위원들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지난주 유럽의회에서도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가결됐다.

이렇듯 선거를 앞두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가중되자 EPP 내부적으로 피퍼 의원의 자진 사퇴 형식으로 사태를 진화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CDU 추천을 거쳐 EPP 선거전을 이끌 '선도 후보'로 확정된 상태로,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EPP가 최다 득표를 할 경우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우선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