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총선 후 첫 입장서 '의료개혁' 의지 강조…"시간 얼마 남지 않았다"
전공의들, 복지차관 고발하며 맞서…"경질 전에는 병원 안 돌아간다"
환자단체 "의료공백 사태 조속히 종결하도록 국회가 중재해야"
총선 후에도 의정 '강대강'…"국회가 의료공백 사태 종결해야"(종합)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국정 기조의 변화와 함께 의정(醫政) 갈등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됐으나, 총선 이후에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의료개혁의 향방에 관해 침묵을 이어오던 정부는 15일 총선 후 닷새 만에 첫 입장을 내놓으면서 의료개혁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밝혔다.

전공의들은 이에 맞서 의료개혁을 앞장서 외치던 박민수 복지부 차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하면서 그의 "경질 없이는 병원으로의 복귀는 없다"고 못 박았다.

시민사회단체와 환자단체는 의료공백 사태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국회가 정부와 의사들 사이에서 중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총선 후에도 의정 '강대강'…"국회가 의료공백 사태 종결해야"(종합)
◇ 정부, 총선 후 첫 입장서 "의료개혁 변함없다"
정부는 총선 직전인 9일부터 비공개로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이어왔다.

그사이 정부는 언론 질의에 답하는 브리핑도 따로 열지 않았고, 의료개혁의 방향성에 관한 정부 방침에 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정부는 총선 이후 닷새 만인 이날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공개하고, 의료개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이날 역시 따로 브리핑은 하지 않았지만, 초미의 관심사였던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만은 다시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의 의료개혁 의지는 변함없다"며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 4대 과제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에는 "집단행동을 멈추고 조속히 대화에 나서주시길 바란다"며 "2025년도 대입 일정을 고려할 때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상황으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통일된 대안을 조속히 제시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별 준비 작업을 거쳐 다음 달 말 '2025학년도 대입전형 수시모집요강'에 증원 규모가 최종 반영되면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조 장관은 "더 합리적이고 통일된 대안을 제시한다면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며 의대 증원 규모의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총선 후에도 의정 '강대강'…"국회가 의료공백 사태 종결해야"(종합)
◇ 전공의들, 복지부 차관 고소로 '맞불'…"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해야"
정부의 의료개혁 의지 재확인에 '맞불'이라도 놓듯 이날 전공의 1천360명은 박민수 복지부 차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정부는 각 수련병원장들에게 '직권남용'을 해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 금지했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젊은 의사들이 본인의 의지에 반하는 근무를 하도록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전공의들의 휴직권과 사직권, 직업 선택의 자유, 강제노역을 하지 않을 권리 등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민수 차관은 이번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주도하면서 초법적이고 자의적인 명령을 남발해 왔다"며 "박 차관이 경질되기 전까지는 절대 병원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 20일 정부에 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백지화 등 7대 사항을 요구했으며, 이들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전공의들과 보조를 맞추며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의협은 전날 브리핑에서 "의사단체의 단일한 요구는 의대 증원의 원점 재논의"라는 기조를 재차 강조하면서 의사들의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대한전공의협의회 위원장,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의협, 개원가 모든 직역이 총망라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재논의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열심히 같이 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와 의사들 양측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타협 가능성도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총선 후 국정 기조의 변화와 함께 의정 대화의 모색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이날 정부와 전공의, 의사단체들이 보여준 모습은 이 같은 기대가 아직은 '섣부른' 것이었다는 다시금 일깨워줬다고 할 수 있다.

총선 후에도 의정 '강대강'…"국회가 의료공백 사태 종결해야"(종합)
◇ "환자에 피해 주는 집단행동 안돼"…"국회가 의료공백 사태 종결해야"
시민사회단체와 환자단체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면서 정부와 국회가 의료공백 사태를 조속히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날 국가인권위원회가 연 토론회에서 "의사가 응급·중증 환자에게 불편을 넘어 불안과 피해를 주면서까지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변명이 될 수 없다"며 필수의료가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치권이 총선 준비를 위한 전초전과 온갖 선거 관련 이슈로 국민의 신음하는 모습을 되돌아보지 않아 환자들은 두 달간 이를 악물고 고통을 버텨 왔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조속히 의료공백 사태를 종결하도록 국회가 중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두 번 다시 의료 종사자들이 환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을 이탈해 환자의 생명을 집단행동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응급·중환자실 이탈방지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여당의 총선 대패가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의료계의 해석은 의료대란을 만든 당사자의 적반하장이자 후안무치한 발상"이라고 비판하면서 "더 이상 정부가 의료계에 휘둘려서 정책 집행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의료개혁을 이어갈 것을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