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 시장의 화두는 ‘인공지능(AI) 가전’이다. 지난해 챗GPT 등장을 계기로 AI 열풍이 불자 국내 양대 가전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에도 AI 기능을 대거 접목한 ‘똑똑한 가전’을 잇달아 출시하면서다. AI 가전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에 새로운 대세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비스포크 AI 미디어데이에서 연설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비스포크 AI 미디어데이에서 연설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 AI 가전 시장 주도할 것”

삼성전자는 고성능 AI 칩과 카메라, 센서를 장착해 다양한 AI 기능을 경험할 수 있는 비스포크 AI 가전을 선보였다.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냉장고, ‘비스포크 AI 인덕션’,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무풍 갤러리’ 에어컨 등 15종에 이른다.

이 제품들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생태계인 스마트싱스 내에서 서로 알아서 연결되도록 맞춰져 있다. 대형 터치스크린 기반의 AI홈, 음성 인식 빅스비를 통해 집안에 연결된 모든 기기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 출시된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는 기존 모델보다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전면 카메라 센서를 통해 얇은 휴대폰 케이블이나 매트까지 인식할 수 있어 미세한 먼지도 알아서 흡입한다. 이 제품은 먼지 흡입은 기본이고 물걸레 청소까지 해준다.

삼성전자 AI 가전은 이뿐만이 아니다. 휴대폰이 리모컨 역할을 대신하는 ‘모바일 스마트 커넥트’ 기능도 새로 도입했다. 에어컨이나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와 휴대폰 간 거리가 10m 이내면 휴대폰에 자동으로 리모컨 팝업이 뜬다. 리모컨을 찾아 집안을 뒤질 필요가 없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AI 기술 확산을 선도하고 있다”며 “이제는 소비자들이 가정에서 자주 사용하는 다양한 스마트홈 기기를 통해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 비전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스비 음성 지원도 기존보다 더 똑똑해졌다. 연내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를 도입해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음성 제어가 가능해진 것이다. 사용자가 “안방이 습해”라고 하면 제습기와 에어컨을 알아서 가동하고, “어제 감자를 샀는데 뭘 해먹으면 좋을까”라는 식의 대화로 레시피 검색이 가능해진다. 기존엔 “빅스비, 에어컨 꺼줘” “빅스비, TV 꺼줘”라고 각각 명령해야 했지만 생성형 AI가 적용되면 “빅스비, 에어컨 꺼줘. 아, TV도”라는 식으로 말해도 의도를 파악해 기능을 수행한다.

○“‘AI 가전’ 원조는 LG”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중장기 전략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중장기 전략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AI 가전의 원조’임을 강조하면서 ‘공감지능’ 전략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LG전자도 올해 들어 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 에어컨,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 등에 공감지능을 적용한 신제품 10여 종을 출시했다. 공감지능은 LG전자가 ‘AI=공감지능’으로 재정의한 개념이다.

공감지능 제품 역시 사용자 편의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의 안전·보안·건강을 케어할 수 있는 실시간 생활 지능,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율·지휘 지능, 보안 문제를 해결하고 초개인화 서비스를 위한 책임지능이 장착돼 있다.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 에어컨은 ‘AI 스마트케어’로 실시간으로 사용자 위치를 파악해 바람의 방향과 세기, 온도를 알아서 조절해준다.

조주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본격적인) 인공지능 가전의 시초는 LG전자의 업(UP)가전”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2022년 1월 가전제품을 구매한 뒤 업그레이드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업가전’을 선보인 바 있다. 가전도 TV나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일부 기능을 추후 개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7월에는 초개인화·구독·제휴 서비스 등을 결합한 업가전2.0을 선보이며 AI 가전 시대를 앞당겼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최근까지 336개 신기능을 업가전 콘텐츠로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차세대 가전 전용 온디바이스 AI칩 ‘DQ-C’를 자체 개발해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3년 이상의 연구개발 끝에 지난해 7월 온디바이스 AI칩 DQ-C와 가전OS(운영체제)를 선보인 바 있다. 올해 말까지 AI 가전 적용 제품군을 현재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등에서 8가지 제품군 46개 모델(국내 기준)로 늘리는 게 목표다.

LG전자 관계자는 “공감지능을 생성형 AI 기반의 스마트홈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한편 AI홈을 넘어 모빌리티, 온라인 공간 등으로 확대해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