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330억 중견기업에 '공모사업' 이유로 12억여원 지원
공무원들도 "도민 눈높이 안 맞아"…도 "농산품 구입·일자리 고려"
전남도, 대기업 납품 업체에 예산 '펑펑'…특혜 논란
전남도가 대기업 편의점에 식품을 납품하는 중견기업에 공모사업을 이유로 10억원가량의 예산을 지원해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는 올해 처음으로 농식품 제조·가공 분야 활성화 등을 위해 시군 지자체와 법인, 업체들을 대상으로 '농촌자원 복합산업화 시군 특화자원사업' 지원자를 모집했다.

공모에는 도내 영농조합법인 4곳과 협동조합 1곳, 지자체 1곳, 주식회사 5곳 등 총 11곳이 응모했다.

도는 외부 심사위원 4명을 선정해 평가한 결과, 주식회사 A 업체, 영암군(수제맥주), 영농법인 2곳(전통식품·전통장류)등 4곳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들 업체, 지자체, 영농법인은 올해와 내년 2년에 걸쳐 도비 50%, 시군비 20%, 자부담 30%로 구성된 사업비로 농식품 제조·가공·체험·전시 시설 신·증축 및 기계·장비 등을 설치한다.

문제로 지적된 곳은 이중 A 업체로, 세븐일레븐·미니스톱·이마트24 등 대기업 편의점에 김밥과 도시락 등을 납품하는 연 매출 336억원 직원 170명의 중견기업이어서 예산지원이 적절했는지 등의 지적이 나온다.

A 업체는 도비 9억원, 해당 군비 3억6천만원에다 자부담 5억4천만원을 들여 생산시설과 기계 장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해당 시설과 장비를 설치하면 향후 10년 동안은 금융권 담보에 대한 제약이 있고, 10년이 지나면 해당 시설은 '온전히' 해당 업체의 재산으로 귀속된다.

도청 내부에서도 이를 놓고 "도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 간부 공무원은 "금융 조달이 충분히 가능한 한 사실상 대기업 협력업체에 공모 사업을 통해 예산을 지원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대기업에 납품하는 식품이 시군 특화자원인지도 의문이며, 도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 공무원은 "스타트업, 유니콘기업, 청년기업 등 미래·사회적 가치가 있는 업체에 공모사업을 통해 예산을 지원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며 "A 업체가 향후 10년간 꾸준히 장학금을 기탁하겠다는 별도의 협정을 맺는 등 공익성이 담보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담당부서인 도 농축산식품국은 A 업체가 지역농산물 소비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점이 고려돼 공모사업 지원 대상 업체로 선정됐다는 입장이다.

도 농축산식품국 관계자는 "공모에 응모했다가 탈락한 영농법인, 업체들에 비해 자격 요건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내년 공모에서는 시군 특화자원사업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꼼꼼하게 심사해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