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또 수난..."처벌 어려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설치된 부산 평화의 소녀상을 훼손하고 가리는 행위가 수년 전부터 잇달아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조차 미비하다.

지난 6일 오후 5시 30분께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과 강제징용 노동자상에 30대 남성이 '철거'라고 적힌 검정 비닐봉지를 씌웠다. 봉지 위에는 빨간색 글씨로 '철거'라고 적힌 마스크도 붙어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이 남성을 제지했으며, 봉지 등은 경찰이 수거했다.

부산 평화의 소녀상이 수난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누군가 소녀상에 자전거를 묶어놨고, 그 전에는 누군가 소녀상에 '박정희'라고 적힌 노란색 천과 염주, 빨간 주머니가 걸린 나무막대기를 놓고 가기도 했다.

2017년에는 소녀상 인근에 '언제까지 일본을 미워할 것인가' 등이 적힌 종이가 붙은 폐화분을 테이프로 고정해 놓은 일도 있었다. 또 소녀상 얼굴에 파란색 페인트를 칠한 자국이 발견되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극우 성향의 이들이 소녀상을 모욕하거나 비하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 검정 봉지를 씌웠던 사건에 대해 경찰은 재물손괴나 모욕죄 혐의 등을 법적 검토를 하고 있으나,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물손괴는 소녀상의 효용을 해쳐야 하고, 모욕이나 명예훼손은 명예 감정을 지닌 사람을 상대로 저질러야 적용할 수 있는 범죄라 이를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부산시는 소녀상에 대한 위협 행동이 이어지자 '평화의 소녀상 관리 계획'을 수립해 소녀상 관리 주체를 시, 동구, 시민단체로 정했다.

이에 따라 시와 동구가 소녀상을 수시로 관리하고 점검하고, 소녀상을 훼손하면 시민단체가 고발 등 사법 처리하도록 규정했지만,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소녀상은 시민단체에 소유권이 있다"며 "시 소유의 공공 조형물이 아니기 때문에 시에서 주도적으로 조형물을 훼손할 시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린다는 조항을 조례에 넣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겨레하나 관계자는 "최근 전국적으로 극우 단체에서 소녀상을 훼손하는 등 난동을 부리고 있다"며 "접근금지 등 어떻게 하면 이들의 행동을 저지할 수 있을지 대응책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